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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 퇴계가 된 일진 羅以彦
이창훈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4월
평점 :
라이언
처음 책을 봤을 때, 라이언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 왔다. 퇴계 이황과 사자가 무슨 관계일까... 알고보니 한자로 라이언이었다. 그 뜻은 '아름다운 선비'였다. 이 아름다운 선비의 전체 이름은 독고라이언으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이 책은 받기 전부터 나는 이 책이 정말로 궁금했다. 이 책의 <부제가 퇴계 선생이 된 고교 일진>이었기 때문이다. 고교 일진이 퇴계 이황이 되다니...! 어떻게 스토리가 진행 될 지 정말 궁금했다.
책의 처음은 선계에들은 퇴계와 고봉의 담화이다. 선계에서 <미생>과 세월호 사건이야기를 하며 이승의 현실을 걱정하고 있었다. 주인공인 라이언은 한 때 전교 1등의 수재였지만, 이혼 전문 변호사인 아버지의 외도와 자신이 엄마라 생각했던 여자가 친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부모님이 이혼이라는 가정사에 충격을 받고 엇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처럼 어른들에 실망한 아이들과 '범털'이라는 클럽을 만들고 일진이 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이상형이 교생 선생님이라는 것을 알고 대시하지만, 오해를 받아 전국적인 '양아치'가 된다. 그로인해 반성문으로 쓰게 된 '퇴계처럼'이라는 책을 읽다가 어지럼증을 느끼고 잠을 자게 되고, 그 뒤로 그가 하지 않았던 행동을 한다 등 이상현상을 보인다.
그러다 만취한 고등학생들이 성인 어른을 때려 죽이는 사태가 일어나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둘러싸고 전국적인 소요가 일어나게 된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인생관은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대학 가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봐야 별 볼 일이 없다는 것이었다. -51
반성의 빛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자신은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선생님을 폭행치사 하고 시신을 능멸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세대를 대변해서 기성세대들에게 경고의 메세지를 던지려는 확신범이라는 주장이었다. 같은 고교생인 나로선 상상조차 못했던 연금 문제, 청년실업 문제까지 들고 나와 자기 죄를 합리화시키는 영악함이라니. 발랑 까진 것도 저 정도 경지면 금메달감이었다. -124
김혁준 선처론을 놓고 기성세대와 청소년 같의 반목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를 동정하는 10들의 심벌은 김혁준의 죽은 엄마 사진 이었고, 인륜의 수호를 외치는 어른들의 심벌은 김혁준 일당 때문에 아버지를 여의고 식물인간이 돼 누워 있는 피해자의 딸 사진이었다. 집집마다 부모와 자식들이 언쟁을 벌였고 그 갈등의 골은 더 넓고 더 깊어져 갔다. -128
이 책은 어른 세대와 아이 세대간의 격차를 말하는 책은 많다. 이 책이 다른 여타 책과 다른 것은 다른 책에서는 아이들에게 "너희가 잘못한 거야. 어른들 말 따라야지?"라고 말한다면, 이 책에서는 "존경받지 못할 어른들이 많다는 거 안다. 그러니 너희가 예의와 도덕이 바로선 사회를 만들거라."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문제를 과연 누가 해결할 수 있겠노. 지금 너희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기성세대들이 인간의 도리가 어쩌고, 선비정신이 어쩌고 하면 너희들은 또 고리타분한 헛소리나 찍찍 하고 자빠졌다 카면서 고개를 흔들지 않겠노. 우리는 성리학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 이치대로 실천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선비라꼬 불렀다....선비가 이제 존경은 고사하고 천덕꾸러기 위선자 취급을 받는 세상 아이가. 하지만 만약에 어른들이 너희를 가르치려하기 전에 거꾸로 너희 세대가 먼저 나서서 예의와 도덕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하면 어떻겠노.... 이제 곧 이 세상의 주역이 될 너희 세대가 어른보다 앞장서서 도덕과 양심을 갖춘 선비, 새로운 감각으로 새롭게 일어서는 선비가 돼야 이 나라에 희망이 생기는 기라." -187
"단순히 청순법을 저지시키는 것뿐 아니라 갈수록 탐욕스러워지면서 우리 세대의 미래는 나 몰라라 하는 어른들에게 예의라는 것을 되찾게 해줘야 해." -370
퇴계 이황이 빙의 될 뿐 아니라, 명종 때의 조선 시대로 타임슬립도 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오해에 의문스럽게 자살한 친구의 죽음을 추리하여 현 세대간 갈등을 격화시키는 '청순법'의 뒤에 있는 모든 일의 흑막인 태산그룹의 악행을 밝혀내고, 세대간 갈등은 종결된다.
아이들의 입장이 라이언과 그의 친구들의 언행과 행동으로 보여졌다면, 퇴계 이황과 '나우시카'아주머니는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이 책의 주요한 이슈 중 하나는 역시 세월호 사건이다. '가만히 앉아 있으라 했다가' 죽은 어린 생명들. 이제는 그들을 앉아 있으라 할 것이 아니라 일어나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메세지 중 하나인 것 같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것은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공부의 목표로 삼았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하나의 그림으로, 아름다운 글씨로 만들기 위한 것이 공부였다. 그래서 공부에 심취하게 되면 일부러 그러려고 하지 않아도 항상 정중하고 반듯한 자세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이야. 남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가 된다. 우리는 그런 마음의 상태를 일컬어 '경'이라고 하고 '신독'이라고도 했다. 늘 경건한 마음을 그런 경지에 끌어올리는 공부에서 우리는 지금 너희들이 게임을 하는 것 이상으로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201
"...파국을 향해 달리는 세상을 구할 길은 인간 본연의 심성을 회복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서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망 없는 어른들이 아니라 아직 순수하고 열정을 간직한 너희 세대가 인본주의적 가치관과 선비정신으로 거듭나야 한다. 난 네가 그 일을 맡아서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야." -203
"어떤 책을 보더라도 한시도 그치지 말고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308 (기명언의 공부의 비기)
"공자는 왜 위대한 인물인가, 그의 말은 무조건 옳기만 한 건가, 그도 잘못 생각하고 잘못 표현한 것이 있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야수의 마음, 야성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권위를 부정하고 깨부숴야 한다. 그리하여 항상 물어뜯는 힘, 묻는 힘을 키우는 것이 공부의 원동력이야." -310
그저 외워야 하고 시험을 보기 위한 것이 공부가 아니고,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육체를 다스리기 위해 하는 것이 공부라는 것이 참 새로웠다.
스팩타클하고 여러 장르가 섞여있는 듯한 책이지만, 참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