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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이세요? ㅣ 창비청소년문학 13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청소년 소설 속에는 무심코 지나치며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의 일상이 담겨있다. 어른의 시선에서만 바라보면 청소년의 일상은 가벼워 보이기 쉽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묵직하게 그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에 주목하였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저마다의 사연이 생긴다는 것이다. 청소년들도 그들만의 삶이 있기에 그들만의 사연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청소년들의 사연이 한없이 가볍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도 그때는 그 사연이 가볍지 않았다. 분명 평범했지만 나에게만은 평범하지 않았다.
이 책에도 그런 청소년 4명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4개의 이야기 중 두 번째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그 딸의 이야기. 그 딸의 시선으로 바라본 엄마의 모습. 그리고 공짜를 바라지 말라는 엄마의 철칙 같은 철학. 그리고 비슷하지만 저마다의 다른 사연을 가진 딸의 친구들. 묘하게 어린 시절 친구들을 떠올리게 되었고 어린 시절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 전혀 나와 다른 삶인데 다른 상황인데도 그 딸의 심정은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마지막 이야기이다.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내는 아이의 이야기. 강아지 13살이면 사람 나이로 환갑이라는 그 이야기 아래 나이라는 숫자가 마술을 부리기라도 한 듯 진주는 기운을 잃어 갔다는 문장도 같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이 대목이 눈길을 끈 건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가 생각이 나서인지도 모른다. 13살이면 강아지가 아닌 거의 환갑인 개라고 하는데 몇 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그 강아지는 20년을 살았다. 사람으로 치면 100세를 넘긴 할머니였다. 중학교 때 갓 태어난 아기부터 보아온 그 강아지가 몇 년 전 떠나버렸을 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어른인 나도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는데 이야기 속 아이는 얼마나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까? 하지만 그러한 사연을 가슴에 품고 더욱 단단히 세상을 살아나가는 이야기에 가슴이 더욱 뭉클해지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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