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지혜, 듣기 아우름 33
서정록 지음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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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아우름 33

 

<잃어버린 지혜, 듣기>

 

서정록 지음

 

지금 우리는 미디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미디어를 넘어 개인이 유투브동영상이나 방송을 생산하기도 한다. 더구나 빠른 업무처리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일상에 가만히 숨을 죽이고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풍경이 끼어들 틈이 있을까. 여러모로 듣는 시간보다 보거나 떠들거나 하는 시간이 더 많다.

 

이런 환경을 살아가며 만나게 된 이 책은 학창시절 만난 류시화 시인의 인도 이야기를 연상하게 만들었다. 그 시절 막연히 인도 여행을 꿈꾸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인도는 멀고 현실은 가까웠다. 인도까지 떠날 수 없는 나에게 이 책은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저 귀를 기울이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으려나.

 

아우름 시리즈는 청소년을 대상의 교양서이다. 아우름 시리즈를 손에 받아들면 언제나 표지를 살피게 된다. 다음 세대의 질문과 저자의 답으로 한 권의 책을 아우르고 있어서다.

 

다음 세대가 묻다.

다른 사람의 말만 들어주다 보면 결국 나만 손해 아닌가요?”

 

서정록이 답하다.

어리석은 사람은 눈에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귀로 듣습니다. 깊게 듣기 시작할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과 공존을 꿈꿀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세대는 아니지만 나도 물어보고 싶었다.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는 건지 말이다. 사실 요즘 듣고 또 듣는 일이 많아서 이 질문이 나에게도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어린 아이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듣기 시작한다는 부분에서 언젠가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죽어도 가장 늦게까지 살아있는 기관이 귀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사랑한다고 수고했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고.

 

사람은 세상에 나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들어야 하는 존재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에게 들어달라는 사람이 많은 덕분에 나는 더 삶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조금 마음이 가벼워지면서 행복해졌다.

 

물론 이번 시리즈는 청소년이 보기엔 조금 모호하거나 멀게 느껴질 부분이 조금 보인다. 어른이 보면 더 크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참 반가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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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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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정원, 고양이가 있어 좋은 날

이시이 모모코 지음

이소담 옮김

   

 

천천히 걸어간다. 특별한 목적도 없이 그저 걷다보면 특별한 장면을 만난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에 아파트 현관을 나서다 문득 멈춰 주변을 둘러보면 목련 가지끝에서 오소소 잔털을 세운 겨울 눈이 매일매일 통통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개를 숙이면 보도블럭 틈에 검푸른 빛이 짙어지는 냉이 한 뿌리를 발견할 수도 있다.

계획없는 멈춤은 계획없는 감정을 끌어올린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이런 소소한 감정들은 나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긴 겨울을 견디며 여물어가는 목련을 기억한다면 목련꽃이 밝히는 세상을 오래오래 바라보게 될 것이다. 검푸른 냉이를 보는 순간 냉이를 좋아하던 아버지가 몹시 그리워질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 미시이 모모코는 아동문학가다. 낮은 키, 짧은 보폭으로 세상으르 바라볼때만 찾아낼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감정을 오래오래 기억하는 어른이다. 그래서인가 저자의 시선은 낮은 곳에 머물고 걸음걸이는 꼬맹이처럼 종종거린다. 또 무언가 발견한 것이 없나 두리번거린다.

강아지도 고양이도 빗줄기도 그녀의 인생에선 주연이 된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우리가 그들을 관찰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그들이 우리를 봐주고 있기에 울기가 위로를 받고 있음을 깨닫는다.

작년 여름, 우리가 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개와 크게 싸워서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폐렴으로 죽었다.

그때 가장 아름답게 핀 백일홍 나무 아래에 고양이를 묻어 주었는데, 상대가 고양이라도 십일 년이나 같이 살면 둘 사이에 끈끈한 인연이 생기는 법이다.

봄이 되어도 잎이 가장 늦게 피는 백일홍 나무가 유독 추워 보여서 며칠 전부터 마음이 쓰인 차에 가쓰오부시를 고양이 선물로 받아 크게 위로받은 것을 깨닫고 인간은 평생에 걸처 마음의 인연을 참 많이 맺는구나 생각했다.(P248)“

책을 읽으며 저자와 함께 걷다보면 차가운 세상 한 구석에서 봄빛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난히 바람이 차가운 오늘, 나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강가를 산책했다. 어딘가 있을 봄을 찾아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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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산 : 소보로별 이야기 이야기 파이 시리즈
정옥 지음, 유영근 그림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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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로별 이야기

꽁꽁산

정옥 글, 유영근 그림, 샘터, 2018

 

보통 작가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다. 그거다. 바로 당신이 떠올린 이미지. 그런데 작가들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이루리 작가는 동네 아저씨 같고, 박민규 작가는 무명 음악가 같고, 정옥 작가는 수다쟁이 이모 같았다.

 

그런데 사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작가들은 탁월한 이야기꾼들이었다. 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쏟아내던 작가들은 종이와 인쇄술의 발달에 따라 시간, 분량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말은 흩어지지만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여 작가들은 즉흥적 발상 대신 신중한 언어구사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작가의 이미지는 달라졌다.

 

정옥 작가에게 나는 이야기꾼의 유전자를 느꼈다. (정옥 작가의 북카페가 우리 동네에 있다.) 본인도 알고 있었을까. 작가의 말에 이야기를 자신의 친구라고 소개한 걸 보니 말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니 그녀 얼굴이 떠올랐다. 코코아 한 잔 타 놓고, 소보루 빵에 얼음과자를 곁들여 먹은 후 노트북 앞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이어보라고 하면 기발한 스토리를 완성한다. (다만 개연성 같은 건 기대해서는 안 된다.) 꽁꽁산은 아이들이 만든 느낌이 든다. 반딧불이 대신 반딧꽁이가, 철새 대신 철산이,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비밀 터널이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동심을 잘 붙들어두고 사는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기발하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한 줄도 미리 알리고 싶지 않다. 그것은 이 책을 펼치게 될 당신의 몫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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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 아우름 32
류승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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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류승연 지음

샘터, 2018

 

다음 세대가 묻다

왜 거리에 장애인이 보이지 않을까요?”

류승연이 답하다

우리들의 시선이 그들을 거리에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꼬맹이네 유치원은 장애, 비장애 통합 수업을 합니다. 가끔 다름의 대상이 되어 본 적도 있었기에 우리 꼬맹이네 반에 남다른 친구를 어떻게 이야기해주어야 하나 고민했었습니다. 무턱대고 잘해주라는 말보다 그저 한 친구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우리 아이에게 그 친구들은 몸은 같이 크지만 생각주머니가 천천히 크는 친구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책 서두에 저자는 인권감수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사실 그동안 인권감수성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도 이번 책을 읽으면서 자주 멈췄습니다. 멈춰서 제 행동이나 마음을 들여다보았지요. 제 인권감수성은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하면서 말입니다.

 

인권이나 인성의 코드는 딱 하나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이 말은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닙니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따돌림과 차별, 갑질 등의 모든 문제의 근원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데서 나옵니다. 특별히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서로 다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것을 잊어버립니다. 언어나 사는 지역, 성별이 같다는 데서 친근함을 느끼다보니 그것 빼고는 다 다르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겁니다.

 

이 책은 우리의 관점을 건드립니다. 어차피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왜 장애인만 특별히 다르다고 보고 있는가에 대해 묻습니다.

 

언제까지나 같은 것 안에서만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그들은 나와 다릅니다. 장애 비장애가 문제가 아닙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생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행동 양식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 모든 다른 이들을 그들 자체로 인정하고 바라보느냐, 그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해 스트레스 요소로 인식하느냐는 오로지 개인의 역량이 달려 있습니다. 개인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들이 개인의 자산이 됩니다.”(p136)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관점을 바꿔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못하는 것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는 것으로요. 그리고 그 관점을 주변에 모든 장애인들에게 똑같이 적용하길 바랍니다. 그들이 못하는 것보다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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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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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샘터, 2018

 

책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보입니다. 책에 푹 빠졌나 봅니다.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입 주위엔 미소 한 조각이 걸려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눈은 새 보다 열배는 더 큰(그러나 작고 귀여운) 다람쥐를 향합니다. 시선을 새에 고정하고 책을 든 시늉만 내고 있네요.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다람쥐는 왜 책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요? 도토리 그림이 그려진 책은 다람쥐 취향 같은데 말입니다. 이 책은 다람쥐처럼 남을 의식하여 자신을 닦달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우리는 일상에 여러 가지 상처를 받는데 이런 것들은 작은 트라우마가 되어 우리를 괴롭힙니다. 작은 트라우마에 사로잡히면 끝이 없는 나선계단을 오르는 사람처럼 만족하지 못하고 위를 향한 괴로운 몸짓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 책의 저자 미즈시마 히로코는 대인관계치료분야의 전문가입니다. 저자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대인관계에서 찾아냅니다. 사실 우리는 문제보다 그 문제를 지적하는 말에 상처받는 거니까요. 그리고 (스스로 제대로 바라보기 보단) 상대방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더 연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받지 않고 살아갈 방법은 없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왜곡된 자신의 모습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예뻐지면, 날씨해지면, 똑똑해지면 좋겠다가 아니라 지금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하는 겁니다. 더불어 자신을 보듯 상대방을 들여다보면 상대방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남 보기에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 많아지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지요.

 

책을 읽다보니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이 무한대로 떠오릅니다. 우선 사춘기에 접어든 제 딸부터 챙겨야겠네요.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다 지친 여러분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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