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산 : 소보로별 이야기 이야기 파이 시리즈
정옥 지음, 유영근 그림 / 샘터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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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보로별 이야기

꽁꽁산

정옥 글, 유영근 그림, 샘터, 2018

 

보통 작가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가 있다. 그거다. 바로 당신이 떠올린 이미지. 그런데 작가들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이루리 작가는 동네 아저씨 같고, 박민규 작가는 무명 음악가 같고, 정옥 작가는 수다쟁이 이모 같았다.

 

그런데 사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작가들은 탁월한 이야기꾼들이었다. 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쏟아내던 작가들은 종이와 인쇄술의 발달에 따라 시간, 분량의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말은 흩어지지만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여 작가들은 즉흥적 발상 대신 신중한 언어구사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작가의 이미지는 달라졌다.

 

정옥 작가에게 나는 이야기꾼의 유전자를 느꼈다. (정옥 작가의 북카페가 우리 동네에 있다.) 본인도 알고 있었을까. 작가의 말에 이야기를 자신의 친구라고 소개한 걸 보니 말이다.

 

마지막 장을 덮으니 그녀 얼굴이 떠올랐다. 코코아 한 잔 타 놓고, 소보루 빵에 얼음과자를 곁들여 먹은 후 노트북 앞에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생각해냈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이어보라고 하면 기발한 스토리를 완성한다. (다만 개연성 같은 건 기대해서는 안 된다.) 꽁꽁산은 아이들이 만든 느낌이 든다. 반딧불이 대신 반딧꽁이가, 철새 대신 철산이, 블랙홀과 화이트홀은 비밀 터널이 되어 이야기를 이끈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동심을 잘 붙들어두고 사는지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기발하면서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의 줄거리는 한 줄도 미리 알리고 싶지 않다. 그것은 이 책을 펼치게 될 당신의 몫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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