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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
홍익희 지음 / 책과삶 / 2025년 12월
평점 :
#협찬도서

비트코인이 왜 오르는지, 뉴스에서 매일 들리는 스테이블코인이나 CBDC는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면서도 선뜻 손이 가는 책은 좀처럼 없었다.
사실 나는 '경제 알못'이라 금처럼 실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상에서 쓰이는 것 같지도 않은 비트코인의 가격이 왜 이토록 무섭게 치솟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비트코인이 대체 뭔지는 알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책이 『세상을 바꾼 화폐들, 그리고 비트코인』이었다.
"왜 부자들은 달러를 버리고 비트코인을 사는가"라는 강렬한 부제와 함께, 코트라에서 18년간 해외 7개국을 누비며 경제와 무역 현장을 직접 경험한 저자 홍익희의 이력에 신뢰가 갔다. 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 만큼 이론만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서 쉽게 정리해 주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책은 목차부터 흥미로웠다. <미국의 선택 '스테이블코인',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부터 영화 <스타워즈>나 <드라큘라>를 자본주의 관점에서 해석한 대목까지......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의 암호화폐 열풍을 단순한 투자 트렌드로 보지 않는다. 조개껍데기에서 시작해 로마의 금화, 중세의 신용장, 그리고 오늘날의 디지털 화폐에 이르기까지, 3,000년에 걸친 인류의 화폐 역사를 따라가며 ‘돈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돈의 미래를 결정할 세 가지 흐름으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중앙에서 주변으로의 권력 분산, 블록체인 위로 올라가는 거래 구조를 제시한다. 이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비트코인의 상승이 단순한 투기 현상이 아니라 금융 질서가 재편되는 거대한 전환기의 징후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딱딱한 경제서라기보다 한 편의 ‘화폐 인문서’에 가깝다는 점이다. 달러 패권과 디지털 화폐를 둘러싼 날카로운 분석 사이사이에, 영화와 문학, 역사 속 에피소드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은행(銀行)’이라는 단어가 오랫동안 은(銀)이 화폐였던 중국의 역사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 같은 대목은, 경제를 숫자가 아닌 살아있는 이야기로 이해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수확은 막연했던 개념들이 정리되었다는 점이다. "이더리움? 비트코인이랑 비슷한 거 아냐?"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내게,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이 자동으로 실행되는 이더리움의 ‘스마트 컨트랙트’와 같은 개념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중개인 없이도 약속이 스스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니. 저자는 달러의 위상이 당장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화폐의 형태가 '단일한 돈'에서 '다양한 디지털 돈'으로 분산되는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거대한 변화의 중심에는 결국 ‘신뢰’라는 키워드가 놓여 있다.
돌이켜보면 화폐의 역사는 인간이 무엇을 믿어왔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금본위제가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금 대신 종이를 믿기 시작했고, 이제 그 신뢰의 대상이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때, 우리가 거대한 변화 속에서 단순한 소비자나 피해자가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감시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뉴스에서 무심히 흘려보냈던 ‘CBDC’나 ‘디지털 화폐 패권’ 같은 단어들이 전과는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결국 이 책 또한 AI와 블록체인이 주도하는 기술의 시대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변화를 외면한다면 우리는 거대한 흐름 앞에 무력하게 휩쓸려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펼치고 낯선 개념들을 이해하려 애쓰는 ‘멈춤’의 시간이야말로 흐름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지식을 갖추고 사고하는 가장 적극적인 선택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그 본질이 궁금했던 분들, 혹은 경제 뉴스가 어렵지만 세상의 흐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3,000년 화폐의 역사를 따라가며 인간이 무엇을 믿고 사회를 유지해왔는지를 묻는 이 책은,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인간다움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경제 초심자라도 트렌드와 역사, 두 가지 흐름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