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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모든 것
휘프 바위선 지음, 장혜경 옮김, 한지원 감수 / 심심 / 2022년 11월
평점 :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이렇게 물었다.
"사랑에 실패하면서도 왜 사랑의 기술을 도무지 배우려 하지 않는가?"
이제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우리 나라 치매 환자가 91만명이라는데(사실 더 될 것 같다)... 80세가 넘으면 네 사람 중 한 적어도 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데... 왜 치매에 대해 배우려 하지 않는가?"
치매는 가장 두려운 질병이고, 사실 알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질병이지만 (사실 우리가 더 나이 먹기 전에 획기적인 약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더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질병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에서 '치매'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대뇌 신경 세포의 손상 따위로 말미암아 지능, 의지, 기억 따위가 지속적ㆍ본질적으로 상실되는 병. 주로 노인에게 나타난다'고 되어 있다. 치매에 대한 나의 이해 또한 이 사전적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치매 환자는 기억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각, 미각, 후각 등의 감각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등 우리 생각보다 광범위한 장애가 일어나게 된다. 치매는 시각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켜 공간 인지와 동작 인지, 명암 인지에 장애가 생긴다. 실제 치매 환자인 웬디 미첼이 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 저자는 첫장에서 "왜곡되는 감각"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그녀는 치매를 앓게 된 이후 예전에 좋아하던 음식에서 전혀 맛을 못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시각에도 문제가 생겨 테이블과 접시, 접시 위 음식의 색 대비가 뚜렷하지 않을 경우 잘 구별하지 못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또한, 치매 환자라고 하여 모두 동일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그 사람의 본래 성격이나 개개인의 생활습관, 체질 등에 따라서 "치매 신드롬"이라 불러야 할 정도로 다양한 증상이 있다는 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휘프 바위선은 네덜란드 최고의 임상 심리학자이자 노인 심리학자로 실제로 본인이 치매를 앓던 가족을 돌보며 40년간 치매를 연구해 왔으며, 오랜 경험과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치매의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결코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치매에 관한 종합적 안내서를 집필했다.
이 책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치매란 어떠한 질병인지에서부터 출발하여 기억장애의 여러 증상들, 우울증 및 공격성 등 기억장애로 인한 간접적 결과들 등 치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내용 및 치매 환자와 소통하는 법, 문제 행동 대처법, 치매 환자를 대할 때의 일반적인 팁 등 실제로 치매 환자와 접할 일이 있거나 돌봐야 하는 가족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팁도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4장 "잃지 않는 것"으로, 사람에게는 치매에 걸려도 끝까지 남아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 그것이 바로 "감정"이며, "존중받고자 하는 마음""소속감과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라는 점이다. 우리는 치매 환자가 아무 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해서 그 앞에서 환자를 배려하지 않은 말을 하거나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한다.
(심장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환자의 감정을 읽어내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치매환자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 할 수 있는 말, 중요한 소통 규칙 등이 담겨 있는 카드. 초판에만 제공된다고 하는데 정말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여러 문학작품에서 나타나는 치매와 관련된 장면을 인용함으로써 그 상황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해줄 뿐 아니라 우리를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주변에 다행히 치매 환자가 없을 경우 치매의 증상 및 예방법 등이 소개된 앞부분이 도움이 되겠지만, 만약 주변에 치매 환자가 있다면 6장 치매 환자와 소통하기, 7장 문제 행동 대처법, 8장 치매 환자를 대할 때의 일반적 팁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인생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난다. 우리가 이 순간 치매 환자가 행복하도록 도와준다면 환자의 삶을 한 뼘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당신의 삶도 한 뼘 더 가치 있어지는 것이다(307~308쪽)
이 책은 치매 환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우리가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세세하게 알려준다. 사실 치매 환자의 친지 및 가족 뿐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