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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송지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10월
평점 :
#협찬도서

소설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지만, 매년 이맘때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만큼은 빼놓지 않고 읽는다. 나에게는 한 해의 마무리를 알리는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문학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단편들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작품마다 수록된 작가노트와 리뷰를 함께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년 이 책을 기다리고 읽는 보람이 여기에 있다.
올해 수상작들은 삶을 지탱하는 토대이자 때로는 삶을 가장 버겁게 만드는 두 가지, 바로 '가족'과 '돈'을 소재로 하고 있어 유독 깊이 몰입해서 읽었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러운 모순된 감정들. 대상 수상작인 송지현의 「누구보다 잘하는 일」을 비롯해 이번 작품들은 그 복잡한 감정의 결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특히 안보윤의 「커튼콜도 없이」 속 "사랑받은 대가로 나는 끊임없이 날아오는 청구서에 허덕이고 있었다"라는 고백이나, 정이현의 「실패담 크루」에서 계급에 따라 '실패'의 무게가 다르게 체감되는 순간들은 타인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아 가슴이 묵직해졌다. 차라리 나쁜 이들이었다면 편하게 등을 돌렸을 텐데, 우리를 옭아매는 것은 악의가 아니라 선의와 의무감이라는 사실이 아프게 와닿는다.
이 책은 섣부른 위로나 해답을 건네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차마 꺼내 놓지 못했던 모순된 감정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과 돈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말 못 할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