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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지고 맵짠 이북 사투리
설송아 지음 / 대동강서가 / 2026년 9월
평점 :
*협찬도서

말 속에 담긴 북한의 일상과 우리말의 역사
북한 사람들의 일상을 이렇게 생생하게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다. 『찰지고 맵짠 이북 사투리』는 학교와 가정, 직장, 연애, 장마당에 이르기까지 북한 사람들의 삶을 사투리와 함께 펼쳐 보인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낯선 북한의 풍경이 마치 한 편의 영상을 보듯 눈앞에 그려진다. 특히 아이들이 무릎싸움을 하는 대목에서는 초등학교 시절 모래사장에서 닭싸움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북한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오래전 우리 사회의 풍경이 떠올라 향수가 느껴졌다.
일본어 통번역사인 내게는 북한 말에 남아 있는 일본어의 흔적도 무척 흥미로웠다. 북한은 외래어를 우리말로 적극적으로 순화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책에는 ‘겐또’, ‘원족’처럼 일본어에서 유래한 단어가 적지 않게 등장한다. 언어를 순화하는 정책이 이어져도 오랫동안 일상에서 사용해 온 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북한은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사회여서인지 지역마다 고유한 방언과 문화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장마당 이야기를 읽을 때는 저자의 소설 『태양을 훔친 여자』 속 주인공 봄순이 떠오르기도 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강인한 여성 서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소설을 꼭 읽어보셨으면 한다.
이 책에 나온 북한의 다양한 사투리들 속에서 그들의 정겨운 문화와 우리가 잊고 지낸 우리말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의 말과 문화를 나눌 날이 온다면, 우리가 함께 가꾸어 갈 언어와 문화는 얼마나 더 풍성해질까. 그날을 상상하니 가슴이 뛴다. 북한의 생활문화가 궁금한 독자뿐 아니라 우리말의 역사와 다양성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