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밤이면 줌으로 진행되는 명상 수업에 참여한다.
명상이 끝나면 각자의 근황과 마음 상태를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지난주 나는 내 나름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번역 일이 많이 줄어들어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 노후가 걱정된다는 것,
그리고 전날 다녀온 콘서트가 너무 좋아서 돈 걱정 없이 공연도 보고 여행도 다니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 것 등이었다.
나의 푸념을 들은 선생님은 "행위를 통해 기쁨을 얻으려는 태도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하시며,
만족은 외부에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결핍이 아닌 풍요의 마음을 갖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수업이 끝난 뒤 최근 읽고 있는 필사책 『번뇌를 종료합니다』를 꺼내 들었다.
오랜 불교의 지혜를 바탕으로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번뇌의 원인을 짚어보고, 그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까지 안내하는 책이다.
불교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특정 종교를 권하기보다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마음의 작동 원리를 다루고 있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불교의 핵심 개념인 오개(五蓋)를 중심축으로 삼아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상 속에서 반복되는 번뇌의 모습을 108개의 코드로 풀어낸다.
"누군가의 성공이 나의 실패처럼 느껴진다", "사소한 일에도 화가 치민다", "미워하는 마음이 멈추지 않는다", "실수를 곱씹으며 괴로워한다" 등 익숙한 감정들이 각각 번뇌 코드로 정리되어 있어 독자는 현재 자신의 마음과 가장 가까운 코드를 찾아 읽고 필사하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다.

그날 내가 선택한 것은 번뇌 코드 5번, 「채워도 만족하지 못한다」였다.
여기에서는 "하늘에서 황금 동전이 비처럼 쏟아져도 인간의 욕망을 다 채울 수 없다. 욕망은 즐거움이 짧고, 결국 고통만을 낳는다"는 <법구경>의 구절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원하는 것을 얻으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손에 넣고 나면 기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나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문장을 천천히 필사했다.
돌이켜보면 학창 시절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들르면 갖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돈이 생기고 나서 다시 찾아가면 신기하게도 그다지 사고 싶은 물건이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쩌면 욕망은 부족하다고 느끼는 마음에서 더 크게 자라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에 대한 불안 역시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감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면, 결핍감과 욕망은 물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조금씩 힘을 잃게 되지 않을까.
좋은 마음챙김은 함께할수록 좋을 것 같아 아들과 남편도 합류시켰다 ^^
아들과는 예전에 『내가 주어인 문장의 힘』을 함께 필사했던 기억이 있어 이번에도 각자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골라 써보기로 했다. 아들이 선택한 번뇌 코드는 '후회와 미련'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마음을 붙들어 둘 필요는 없다는 구절을 필사한 아들은 나에게 후회하는 일이 없냐고 물었다. 나는 글쓰기를 조금 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계속 쓰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크게 후회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남편은 '행동의 부재'를 선택했다. 남편이 필사한 문장 "나는 생각만 하던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한다"를 보니, 이 고민은 남편뿐 아니라 나의 것이기도 했다.

서로의 속마음을 길게 털어놓지는 않았지만, 각자가 고른 문장을 통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번뇌를 종료합니다』는 마음이 불편한 이유를 먼저 짚어준다. 물론 번뇌의 실체를 안다고 해서 번뇌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름도 몰랐던 마음속 안개에 이름이 생기는 순간, 무엇이 나를 흔들고 있는지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욕망과 불안, 후회와 집착 사이에서 마음이 자꾸 흔들리는 날, 한 문장씩 천천히 필사해보길 권한다. 쓰는 동안 안개는 조금씩 걷히고,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