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덮고 난 뒤에도 크레텍이 타들어가는 소리와 정향의 향기가 한동안 마음속에 머물렀다. 마치 긴 시대를 함께 지나온 것처럼.
저자 라티 쿠말라는 이 작품을 “여성의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하며, 주인공 정야는 모든 시대에 필요한 여성상을 담아낸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작가의 할아버지 역시 크레텍을 만들어 판매하던 분이었다고 하는데, 돌아가신 뒤에도 집 안에는 늘 정향의 향기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 속 담배의 향기는 단순한 소재라기보다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기억처럼 느껴졌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인도네시아 역시 우리와 비슷한 역사적 아픔을 겪었고, 그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견뎌냈다는 사실이 한층 더 가깝게 다가왔다. 낯설기만 했던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다.
라티 쿠말라의 다른 작품과 인도네시아 문학이 더 궁금해졌지만 아직 한국에 번역된 작품이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앞으로 더 많은 나라의 문학이 번역되어, 서로 다른 시간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