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딸을 키우며 비로소 자신의 상처를 발견한다. 아이가 울 때마다 마음껏 울거나 분노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겹쳐져 분노가 치밀었고, 내가 받아보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 내어주어야 할 때마다 감정은 요동쳤다. 이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세대를 거쳐 전이되는 정서적 결핍의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 역시 큰딸로 태어나 늘 “다 큰 게...”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린 나이였는데도 그랬다. 여섯 살에 동생이 태어나며 ‘언니’라는 역할이 입혀졌고,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는 스스로를 정말 어른이라 여겼다. 부모님은 “손 안 가는 애였다”고 회상하시지만, 정작 그 시절의 나에게는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다만 그 때는 그런 마음을 표현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어쩌면 그런 마음이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저자가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공감되는 면이 많았다. 저자가 말하듯 우리 세대의 부모들에게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섬세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들 살기 바빴고, 거친 시대였다. 부모는 부모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나는 나대로 결핍을 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결핍이 의식되지 못한 채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무의식에 각인된 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