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본성은 살아있다! - 지금 내면 여행을 시작하라
이선희 지음 / 더로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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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가장 깊은 상처가 나를 찾아가는 가장 선명한 지도가 되기도 한다. 이선희 작가는 이미 2남 2녀가 있던 집에서 다섯째로 태어났다. 어머니가 낙태를 하려 했으나 산모가 위험하다는 의사의 만류로 겨우 세상의 빛을 보았고, 어린 시절 내내 “다른 집으로 보내려 했다”는 말을 꼬리표처럼 들으며 자랐다.

이 책은 환영받지 못한 아이의 상처가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지배해왔는지, 그리고 저자가 어떻게 치유의 길로 들어서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삶 속에서 마주한 모든 깨달음을 이 한 권에 담아내기로 결심이라도 한 듯이, 415쪽의 지면에 자신의 생애를 통과하며 길어 올린 진실들을 밀도 있게 눌러 담았다. 그 결과 이 책은 심리 치유서이자 육아서이며, 동시에 ‘나’를 이해하고 탐색하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안내서가 되었다.

내 아이를 보며 비로소 마주한 나의 그림자

저자는 딸을 키우며 비로소 자신의 상처를 발견한다. 아이가 울 때마다 마음껏 울거나 분노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겹쳐져 분노가 치밀었고, 내가 받아보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 내어주어야 할 때마다 감정은 요동쳤다. 이는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세대를 거쳐 전이되는 정서적 결핍의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나 역시 큰딸로 태어나 늘 “다 큰 게...”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린 나이였는데도 그랬다. 여섯 살에 동생이 태어나며 ‘언니’라는 역할이 입혀졌고, 초등학교 3학년 무렵에는 스스로를 정말 어른이라 여겼다. 부모님은 “손 안 가는 애였다”고 회상하시지만, 정작 그 시절의 나에게는 애정과 관심을 갈구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다만 그 때는 그런 마음을 표현할 생각도 하지 못했고, 어쩌면 그런 마음이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저자가 나와 나이가 비슷해서인지 공감되는 면이 많았다. 저자가 말하듯 우리 세대의 부모들에게 아이의 마음을 살피는 섬세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들 살기 바빴고, 거친 시대였다. 부모는 부모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나는 나대로 결핍을 품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결핍이 의식되지 못한 채 다음 세대로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무의식에 각인된 순간들

책을 읽으며 잊고 있던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예전 최면 치료 중에 마주했던 어린 시절의 나다. 상을 들고 가다 놓쳐 그릇이 깨졌고, 사방으로 튄 파편 하나가 엄지발가락에 깊숙이 박혔다. 피가 철철 흘렀지만 혼날 것이 두려워 아픈 줄도 몰랐다. 그리고 기억 속의 나는 실제로 호되게 혼이 났고, 혼자 울면서 발에 박힌 유리 조각을 스스로 빼냈다.

그 장면을 다시 목격하는 순간 가슴에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졌다.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이 추상적인 은유가 아니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무의식이 더 이상의 탐색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며 최면에서 깨어날 만큼, 그것은 생경하고도 강렬한 통증이었다.

그 고통을 관통하며 비로소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가끔은 어린 시절 결핍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다 큰 어른이 언제적 일을 아직도 붙들고 있느냐'며 나 자신을 타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그 어린 내가 감당해야 했던 상처는,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고 커다란 것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이제 우리는 어른이니 우리 스스로가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돌봐주고 사랑해주어야 한다.

본성으로 돌아간다는 것



아픈 나를 만나고 치유하면 할수록 나는 자유로워지고, 맑고 순수했던 선한 본성의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30쪽)

저자가 말하는 치유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치유란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다. 상처라는 구름에 가려져 있던 '본래의 나'를 발견하는 과정, 그 구름 너머에 여전히 빛나는 내가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하는 상태를 “자신의 본성과 멀어진 상태”라고 정의한다. 본성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가려져 있을 뿐이라는 통찰은 큰 위안이 된다. 특히 저자의 치유가 개인의 회복에 머물지 않고, 연변에 도서관을 세우고 책을 보내는 일로 확장되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상처를 직면하고 통과한 에너지가 결국 세상을 향한 사랑으로 피어나는 순간. 진정한 치유의 끝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듯해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사랑을 가리는 구름 걷어내기


이 책은 나의 빛나는 본성을 가리고 있는 구름을 걷어낼 구체적인 실천법을 제시한다. 내면아이를 탐색하는 '빙산 일기' 쓰기나 반복되는 감정의 고리를 되짚는 작업 등은 추상적인 위로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돕는다.

하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상처받은 수많은 내면아이와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 마음껏 느끼고 분노하고 울어주기보다, 사실은 자꾸만 피하고 싶었다. 아직은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한꺼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심은 내려놓기로 했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상처를 마주하기로 마음먹은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용기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속삭여보았다. 빠르게 치유되길 바라기보다 멈추지 않고 나를 돌보는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읽은 내가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약속이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

이 책은 결국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나를 사랑하는 법, 그리고 그 바탕 위에서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깊은 아픔을 기꺼이 꺼내어 보여준 저자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 솔직함 덕분에 묻어두었던 나의 상처도 대면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앞으로도 조금씩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자주 하고, 나를 조금 더 아껴주면서 말이다.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아픈 분들, 감정을 다루는 것이 서툴고 버거운 분들, 나를 사랑하고 싶지만 그 길을 찾지 못해 헤매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매일 밤 자책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든 부모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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