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운데에 선 마지막 20세기 인간
임홍택 지음 / 도서출판11%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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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협찬



『90년생이 온다』가 처음 출간된 2018년.

90년대생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시기였고, 기업과 조직은 이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 일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직장인들이 고민하기 시작한 때였다.

이 책의 저자 임홍택 역시 그런 고민을 안고 살아가던 회사원이었다. CJ그룹에서 신입사원 교육과 소비자 VOC 분석을 담당하던 저자는, 90년대생 신입사원과 소비자들을 직접 마주하며 느낀 낯섦과 문화적 충격을 글로 풀어냈다. 그는 브런치에 「9급 공무원 세대」를 연재하며 신세대의 특징을 그려냈고, 그 경험이 『90년생이 온다』로 이어졌다.

이 책은 출간 이듬해인 2019년, 40만 부 이상이 팔릴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선물한 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나 역시 2018년,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꽤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최근 『2000년생이 온다』를 읽은 뒤 다시 이 책을 펼쳐보니, 그때만큼의 충격은 느껴지지 않았다. 어쩌면 90년대생이 이제는 더 이상 낯선 세대가 아니라, 조직의 허리를 이루는 기성세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90년대생의 특징을 ‘간단’, ‘재미’, ‘정직’이라는 세 가지 열쇳말로 풀어낸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들은 극도로 줄임말을 즐겨 쓰고, 삶 속에서 유희와 즐거움을 추구하며, 무엇보다 공정함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실 나는 X세대다(옛날 사람;;;). 대학 시절부터 직장 생활까지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나는 오히려 윗세대 선배들의 사고방식보다는 지금의 90년대생들이 가진 태도와 생각에 더 큰 공감을 느낀다.

그 시절엔 강압적인 통제와 위계질서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고, 그런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던 나는 싸움닭처럼 이곳저곳에서 부딪치며 때로는 반항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결국 그들의 뜻에 따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자기 생각을 좀 더 솔직하게, 주저 없이 표현하는 요즘 세대들을 보면(물론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참 현명해 보인다.

발간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신입 직장인 꼰대 체크리스트’도 다시 펼쳐보았다. 항목 중 0개에 해당하면 꼰대가 아니라는 진단이 내려지는데,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야근 중 다른 동료들이 먼저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씁쓸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감정도 나름 ‘꼰대 기질’이었던 걸까 싶은 마음이 든다. 일이 있는 사람은 남고, 일이 없는 사람은 먼저 퇴근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그때는 괜히 마음 한켠이 서운하고 씁쓸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런 감정조차 나만의 기준을 남에게 은근히 기대했던 태도였던 건 아닐까.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90년대생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걸쳐 있는 세대로서 전 세대와 이후 세대 사이의 소통을 돕고,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교량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90년대생 스스로는 “왜 우리가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느냐”고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각 세대가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믿는다.



세대론은 특정 시기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공통된 특성과 경향을 분석해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물론 같은 세대라도 각자의 경험과 가치관이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특징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대론은 사회 변화와 세대 간 갈등을 조망하고 소통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중요한 도구로서, 높은 확률로 나타나는 공통된 경향성을 통해 집단 간 이해를 돕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세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통찰과 실용적인 지혜를 선사한다.

나와 같은 세대 또한 꼭 죽음이라는 단어를 빌리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낡아 사라지고, 다음 세대로 채워지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인지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내가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대를 맞이하며 공존의 길을 찾는 일일 것이다(17쪽)

90년대생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신세대 혹은 신인류라고 불렸던 그들도 자연스럽게 신세대라는 타이틀을 다음의 세대에게 물려주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자기의 일을 곧이곧대로 책임질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앞으로 죽는 날까지 작은 절망을 넘어가며 성장하고 살아간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이란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그저 작은 절망들이 넘치는 하루를 담대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모두가 꼰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시대적 혹은 시대착오적 사고를 유지하는 이들만이 꼰대라는 이름의 시대착오적인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세대로 사람을 분석하기보다, 그 세대 안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정확히 보는 노력을 해보자 (324쪽)

결국 ‘어른’이란 나이나 직급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선과 경험을 껴안으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존재가 아닐까. 이 책은 ‘꼰대’와 ‘신세대’라는 편리한 구분 너머에서, 진정한 어른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치열한 현실을 헤쳐 나가는 법을 보여준다.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진심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상대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이해를 향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진심으로 모든 사람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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