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00년생이 온다 -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의 탈회사형 AI 인간
임홍택 지음 / 도서출판11% / 2023년 11월
평점 :
#도서협찬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고인물’이라는 말을 칭찬으로 쓴대.”
얼마 전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물이 고이면 썩게 마련이니 고인물은 곧 정체된 사람, 더 나아가 퇴출되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였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그 분야의 장인” 혹은 “노련한 고수”라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고 한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가 “어머나, 마침 오늘 어떤 직원이 내 앞에서 대놓고 ‘여기 고인물도 계시고...’라고 해서 엄청 충격받았는데, 그 친구는 좋은 뜻으로 말한 거였구나."라고 했다. 내가 때마침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더라면 친구는 오랫 동안 그 직원을 오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모두 다른데, 세대라는 범주로 묶어서 생각하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편견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로 2005년생인 우리 아들은 회식 등 단체 활동을 좋아하는 등 나보다 더 '옛날 사람'같은 면이 있어 나는 늘 '너는 1960년대생같아'라고 말하곤 한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며 '2000년대생은 다 이렇대'와 같이 접근하기보다는 '요즘 세대 중에는 전반적으로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해.'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무래도 중요한 것은 한 세대의 범위나 이름이 아니고 제대로 된 관심이 아닐까(83쪽)라는 저자의 말처럼 일단 알아야 오해를 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2000년대생의 특징을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이라는 열쇳말로 풀어낸다. 2000년대생은 영유아기부터 스마트폰을 비롯한 디지털 문물을 경험한 세대로 디지털의 특성에 맞춘 규칙의 세상에 익숙하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융통성보다는 '옳은 게 좋은 거'라는 규칙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들은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데, MBTI 유형을 파악하여 상대의 성향을 빠르게 파악하고자 하는 것도 한 가지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인간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을' 리가 없다.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들을 수밖에......
이 책에 나온 다소 충격적인 에피소드들을 보다 보면 개인적으로는 윗세대의 지나친 무원칙(그들만의 원칙)과 요즘 세대의 초합리의 중간 어디쯤에 자리잡고 싶다. 무엇이든 '초'가 붙는다는 것은 극단으로 간다는 것이니 그렇게 바람직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개인주의가 심화되면 초이기주의로 변질되고, 각자가 서로 다른 기준의 자율성을 주장할 때 모두의 자율성은 보장되기 어렵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세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지털 인간의 시대에는 상세하고 합리적인 원칙을 만들어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는 다른 세대를 '가슴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머리로 알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understand와 know의 차이랄까. 이 책의 첫머리에는 수도권 소재 IT 스타트업에서 인사부문 팀장으로 일하는 92년생이 겪은 일화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그는 이른바 '젊꼰'이 되지 않기 위해 신입사원이 회식에 참여하지 않아도 지적을 하거나 눈치를 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신입사원이 회식에 참여하지 못했으니 자기 몫의 돈을 달라고 했을 때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나 또한 이 이야기를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남편이 정말 회사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다고 했다 --;;;
이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을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회사에서 관리직에 있는 친구들에게도 권했고, 2005년생인 아들에게도 권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가능한 한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는 회식 에피소드 외에도 다소 충격적인 에피소드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는 당황하는 대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세대와 서로 다른 사람들의 언어, 태도, 가치관을 오해가 아닌 이해의 언어로 바꿔주는 책이다. 단순히 저자의 뇌피셜이 아니라 각종 수치와 인터뷰 등 탄탄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믿음이 간다. 진심으로 모든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