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의사의 사계절
문푸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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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님께서 대학 병원 인턴에서 공중보건의가 되어 외딴 섬에서 생활하시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섬의 유일한 의사로서의 경험 등을 흥미롭게 읽었어요.

(선생님께는 무척 힘든 시간이셨겠지만요)


사실 읽을 책들이 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의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는 제가 요즘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갈구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섬 의사의 사계절. 부제 '낯선 섬에서의 1년, 초보 의사가 전하는 사람 이야기, 사랑 에세이'.

제목부터 뭔가 서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들기도 했고, 표지도 더할 나위 없이 서정적이쟎아요.

어쨌든 그래서 잔잔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기대하며

버스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서점으로 이동하면서 선생님의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책은 제 예상과는 달리 드라마틱하고 스펙터클했어요.

(물론 잔잔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들도 있었지만요 ^^)

아, 이거 드라마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생각했죠.


병원과 의사를 둘러싼 이야기는 항상 사람들의 흥미를 끌게 마련이죠.

인간의 생사와 희로애락이 그곳에 존재하니까요.

게다가 선생님의 경험은 특수한 공간에서 겪은, 의사로서도 좀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연인과의 첫 만남부터 관계의 발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는 이야기가 들어 있어 더욱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어요.


도저히 중간에 끊을 수가 없어서 버스에서 내려 서점으로 가는 대신 카페에 들어가 그 자리에서 책을 끝까지 읽었어요. 그런데 또 하나의 반전! 여기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결말?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어요 ㅠ


선생님의 사랑 이야기 외에 제가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인지, 진정한 의미의 치료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시는 부분이었어요. 의사로서의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 감동적이었구요.


많은 사람들이 의사는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이고,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직업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들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선생님 책에도 멱살을 잡히거나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환자들을 상대한 일화가 나오지요.

꼭 책에 나오는 것 같은 진상 환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도 일단 내 몸이 아파 환자가 되면 누구나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불안해 하게 마련이죠.


저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유방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던 2년 전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병에 대해, 치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불안하니까 자꾸만 담당 선생님께 이것저것 물어보고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졌죠. 그러면서도 이 선생님은 정말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똑같은 질문을 들었을까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죠. 저 자신도 진상 환자짓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다행히도 담당 선생님께서는 항상 저의 불안을 다독여 주시고, 치료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주시고, 제가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부어도 늘 더 궁금한 건 없냐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병에 걸린 건 유감스러웠지만, 그 와중에 항상 "이렇게 좋은 선생님을 만나 마음 편하게 치료 받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라고 되뇌곤 했어요.


"약을 처방하고 주사를 놓는 것이 자판기 음료수처럼 인식되는 것이 싫었다. 의사가 처방하는 약에는 책임이 부여된다. 의학적 책임을 져야 하는 일엔 의학적 판단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107쪽)"


"의사가 되는 순간부터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있다. 친절한 의사가 되자.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하는 환자에게도 끝까지 웃으며 조언한다. 따스한 햇살에 눈이 녹듯 그들의 무거운 태도도 내 미소 앞에서 가벼워질 것이라 믿는다. 그것이 사명감이고 의학을 통해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108쪽)"


선생님의 이런 진심이 환자들에게 통할 거라 생각해요.

물론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무례한 사람들보다는 선생님의 진심을 알아주는 환자들을 좀더 기억해 주시기 바래요.


지금은 대학병원에서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 근무하시고 있다고 들었어요.

쉬는 날에는 즐겁게 글을 쓰고 계시다고 하니 이제는 섬 의사가 아닌,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로서의 생활을 담은 새 책을 기대해 봅니다.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해요. 늘 좋은 의사 선생님으로 환자들 곁에 머물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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