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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개정판 ㅣ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신화는 항상 내게 묵혀둔 숙제와 같은 찜찜함으로 남아 있었다. 어린 시절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그것도 어린이용)를 읽은 후 영화나 문학작품, 브랜드 등 이곳 저곳에서 신화의 요소들과 마주칠 때마다 "신화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라는 조바심이 들었다. 신화에 대한 지식의 부족 또는 결핍으로 인해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한번쯤 신화를 제대로 접해봐야겠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화는 많은 등장인물과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름들, 복잡한 족보, 특유의 상징성 등으로 접근하기에 장벽이 높은 편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이러한 묵은 숙제를 해결해줄 반가운 책이 나왔다. 25년 전, 한국 사회에 그리스 로마 신화 열풍을 일으킨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25주년 개정판이 그 주인공이다.

저자는 미노스의 미궁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크레타의 왕 미노스는 사람의 고기를 먹는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가두기 위해 다이달로스에게 미궁을 만들도록 명한다. 미노타우로스를 미궁에 가둔 미노스는 약소국 아테나이(아테네) 왕을 협박해 해마다 14명의 선남선녀를 괴물의 먹이로 바치게 했다.
여기에서 영웅이 등장하는데... 그는 바로 아테나이의 왕자 테세우스. 국민들의 희생을 볼 수 없었던 그는 14명의 재물 사이에 껴서 크레타로 가게 된다. 이 때 크레타의 공주인 아리아드네는 테세우스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그에게 실타래를 건네주게 된다. 실 끝을 미궁의 문설주에 묶은 뒤 미궁으로 들어간 그는 미노타우로스를 때려 죽이고 실타래를 따라 나오게 된다.
미궁은 거기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화도 그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뜻에서 신화는 미궁과 같다. 신화라는 미궁 속에서 신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알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독자에게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가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바로 상상력이다...열두 꼭지의 글에는 신화 이해와 해석에 필요한 열두 개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모쪼록 독자가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로써 미궁 진입과 미궁 탈출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14~16쪽)
저자는 이렇게 독자들을 신화의 세계로 초대하는데, 역시 신화 전문가답게 초대장에도 세련되게 신화를 녹여냈다. 신화를 미궁에,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를 독자의 상상력에 빗댄 저자의 탁월한 비유에 감탄했다. 괴물을 물리치고 약자를 구해내는 영웅의 이야기로 강렬한 첫인상을 선사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마치 점과 같이 여기 저기에 흩어져 있던 에피소드가 선으로 연결되어 면으로 확산되는 느낌이 들었다. 인물들의 관계나 이야기의 선후 관계가 좀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신화에는 인간이 바라는 것, 두려워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과 본능이 담겨 있지만, 역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사랑'이다(그래서 3장 '사랑의 두 얼굴'을 재미있게 읽었고, 2권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가 기대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될 때에 비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이 많이 출판되었고, 출간된지 벌써 25년이 되었지만, 이 책의 가치는 바래지 않았다. 여전히 길 잃은 독자들을 신화의 세계로 이끌고, 신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쥐어준다.
신화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얻고 싶은 사람, 신화를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신화를 통해 서구 문화를 보다 깊게 이해하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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