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와 늑대 -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누차 말한대로 나는 책에 '이끌려' 읽게 된다. 

이 책은 네이버 포스트에서 눈에 띄어 기억에 두었다. 시험이 끝나 방학이 되어 이제 지하철에서 수업교재를 읽어야 하는 압박감에서 조금 해방되었다. 오랜만에 책이 읽고 싶어졌다. 이런 생각이 조금씩 기어나오던 중 내가 좋아하는 우연같은 기회가 왔다. 점심식사 후 연구실 누나가 서점 갈 일이 있다 하여 같이 서점에 들러 구입했다. 서점에 들른 날보다 며칠 전에 역시 네이버 포스트에서 <숨결이 바람 될 때>라는 책을 눈에 담아 뒀던 터라 같이 구입했다. 다음 리뷰는 정해졌다.


직접 본 <철학자와 늑대>는 두께가 적당해서 그립감, 무게감 모두 불쾌하지 않았다. 또한 제목의 모양과 표지 삽화, 전체적인 색감이 어우러져 내는 분위기가 나를 이끌기에 충분했다. 종이 질감도 나쁘지 않았고 매 페이지마다 왼쪽 위에는 철학자로 보이는 사람 모습을, 오른쪽 아래에는 늑대의 그림자를 넣은 속지도 심플하지만 심심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 전혀 상관 없지만, 이러한 '책 자체'가 마음에 들어 구입하게 되면 괜시리 내용도 재미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역시 나는 논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고 속았다는 기분이 들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네이버 포스트에도 그렇고, 책의 표지에도 "괴짜 철학자와 우아한 늑대의 11년 동거 일기"라고 하는 등 이 책의 내용을 늑대를 키우며 생긴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으로 가득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물론 그러한 내용이 없지는 않았지만 에피소드 사이사이와 책의 마무리까지를 철학.. "철학!"적인 내용으로 채워 넣었다. 나는 학부 때 음악, 경제, 종교 등 나는 잘 모르지만 뭔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환상을 가졌던 분야가 몇몇 있는데 철학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누나와는 달리 나는 막상 철학을 대하면 딱히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고 잘 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이 작자가 다른 에피소드를 내놓지 않고 뭐라고 하고 있는 건가..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읽다 보니, 이러한 구성이 아주 적절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를 쓰는 것 처럼 단순히 에피소드를 담았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풍성하지도 탄탄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비록 내가 철학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는 브레닌을 입양 하고 길들인 일, 주된 일상, 각 견공들의 습관 등 브레닌, 니나, 테스를 키우며 생긴 일을 세세하게는 아니더라도 지루하지 않게 소개해주었다. 그러면서도 '악이란 무엇인지', '인간이란 무엇이며 동물과 어떻게 다른지', '죽음이 우리에게 앗아가는 것, 이에 대처하는 자세', '삶의 의미'와 같이 나 조차도 (이해는 잘 가지 않았지만) 흥미를 가지고 한 번 쯤 책에서 눈을 떼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흥미로운 주제까지 채워 넣었다. 이 주제에 대해 글쓴이가 어떻게 논리를 전개해가는지도 (역시 잘 모르겠다만) 읽을 만 했다.


구성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악'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까지 연결고리가 어색했다는 것이다. 브레닌이 목장 울타리의 '전기'에 감전되었다 - >'전기' 고문에서 나타난 인간의 사악함 - > '악이란?' 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며 왜 뜬금 없이 전기의자 고문을 가져오고 악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지 의아해 했었다.


지하철에서 한 번 쓰윽 읽어 본 것으로 내가 이 책에서 다룬 철학적 내용을 깊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했다. 때문에 그에 관한 깊이 리뷰를 할 수 는 없다. 다음에 다시 읽어서 조금 더 이해해봐야지 라는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두 번 이상 읽은 책은 그리 많지 않다. 한 손으로도 셀 수 있다. 두 손은 써야 겠다. 아무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 했음에도 어느 정도 스스로 생각해 볼만한 주제를 가져온 점과 위에 말한 이유로 탄탄한 구성을 보여준 점에서 괜찮은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도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글쓴이는 말릴 것이고 실제 여건도 되지 않지만 늑대를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땅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는 것이 어떤 건지 직접 보고 싶다. 함께 산책하고 간식을 사 나눠 먹어보고 싶다. 이러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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