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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기분 - 인생의 맛이 궁금할 때 가만히 삼켜보는
김인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평점 :

기분이 개떡같은 하루였다.
날씨마저 우중충한 것이 누군가가 '어디 오늘 맘껏 우울의 나락으로 빠져보렴~' 하고 놀리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보면 잠시나마 우울했던 감정들을 떨쳐버릴 수 있기에
차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고 해먹에 누웠다.
폭 감싸이는 해먹에 눕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
책을 한두 장 읽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몇 페이지 넘어가니 이런 글이 보였다.
"차를 편할 때 마시면 그런대로 좋지만, 편치 않을 때야 말로 차를 마셔야 하는 적기라 할 만하다.
서럽고 분하고 눈물이 멈추질 않고, 일은 꼬이고 엉켜서 퇴로가 보이지 않을 때.........."
그것이 지금이다.
나에게 차를 마실 때는 바로 지금이다.
해먹에서 벌떡 일어났다.
일단 물을 끓이고, 어떤 잔으로 차를 마시면 좋을까 생각하며 오래전에 사두었던 찻잔을 꺼냈다.
또 어떤 차를 마시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친구가 선물해준 이름이 무척 이쁜 '이슬차'를 꺼냈다.
졸졸 물을 부어 차를 우려내고 또 다시 졸졸 찻잔에 따라냈다.
잠시 찻잔을 응시해본다. 향긋한 그 물을 잠시 머금어 보았다.
잠시 후, 부아가 치밀고 요동치던 나의 마음이 잠잠해짐을 느꼈다.
물을 끓이면서부터 시작된 일련의 행동들이 분노를 잠재웠다.
아.. 저자가 말한 것이 이것이었구나..
요즘 커피를 많이 마셔대고 있다. 마셔도 너무 많이 마셔서 몸이 축나는 느낌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카페인 중독인지 도무지 끊을 수가 없어서 대신 차를 공부하고 차를 마셔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차에 대한 정보를 수록한 책은 아니었다.
말그대로 차의 기분과 느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나를 차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차를 우려내는 시간을 번거롭게 느꼈던 나는 얼마나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