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버려져 있는 화분을 본 적이 있다.
말라비틀어져 생이 끝난 화분이 아닌, 아직 푸릇푸릇하게 살아있는 채로 버려진 화분을 본 적이 있다.
화분의 원래 주인은 그저 버리기 위해 그 식물을 그곳에 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이 식물을 더 잘 키워줄 거라 생각해서 길가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저 녀석을 데려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그대로 두었다.
오며 가며 그 화분에 눈길이 저절로 가서 잘 살아 있는지, 혹은 누군가 가져가서 새 삶을 주었는지 확인한다.
어느 날 그 화분은 사라졌다. 누군가가 데려가서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으리라..
이 책의 시작은 이사를 가는 사람들과 남겨진 화분이다.
무심하게 문을 열고 외출을 하던 옆집 할머니는 그 화분을 발견한다.
"별로 안 자랐네."
할머니는 망설임 없이 화분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물을 주고 사랑과 관심을 주며 열심히 키운다.
할머니는 화분을 볼 때마다 "별로 안 자랐네." 하시며 계속 화분을 가꾸신다.
그 식물은 점점 자라나 더 이상 집안에서 키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