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안 자랐네
홍당무 지음 / 소동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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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버려져 있는 화분을 본 적이 있다.

말라비틀어져 생이 끝난 화분이 아닌, 아직 푸릇푸릇하게 살아있는 채로 버려진 화분을 본 적이 있다.

화분의 원래 주인은 그저 버리기 위해 그 식물을 그곳에 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이 식물을 더 잘 키워줄 거라 생각해서 길가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저 녀석을 데려올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그대로 두었다.

오며 가며 그 화분에 눈길이 저절로 가서 잘 살아 있는지, 혹은 누군가 가져가서 새 삶을 주었는지 확인한다.

어느 날 그 화분은 사라졌다. 누군가가 데려가서 건강하게 잘 키우고 있으리라..

이 책의 시작은 이사를 가는 사람들과 남겨진 화분이다.

무심하게 문을 열고 외출을 하던 옆집 할머니는 그 화분을 발견한다.

"별로 안 자랐네."

할머니는 망설임 없이 화분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물을 주고 사랑과 관심을 주며 열심히 키운다.

할머니는 화분을 볼 때마다 "별로 안 자랐네." 하시며 계속 화분을 가꾸신다.

그 식물은 점점 자라나 더 이상 집안에서 키울 수가 없다.



할머니는 옥상에 식물을 위한 새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었는데

내가 보기엔 충분히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로 안 자랐네." 하고 말씀하신다.

식물은 정말 정말 많이 자라서 하늘까지 솟아난다.



책을 펼치면 정말 환상적으로 자라난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 동화책을 보면서

손주들을 보면 항상 왜 이리 말랐냐며 먹을 걸 자꾸 내오셨던 우리 할머니 생각이 났다.

우리들이 할머니 밥상에 앉아 맛있게 먹으면,

할머니는 이 그림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할머니와 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애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돌본다는 건 참 신기하다.

그것에 대한 사랑이 무한히 솟아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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