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이불장

할머니의 이불장 ㅣ 키다리 그림책 69
양선하 지음 / 키다리 / 2022년 11월

엄마는 할머니께 아이들을 맡기고 잠시 외출한다.

할머니를 도와 이불을 개어 이불장에 넣은 아이들의 모습이 기특하다.

보고 있는 나도 이렇게 기특한데, 책 속의 할머니는 오죽하실까.

우리 강아지들 국수 삶아줘야겠다~ 하고 할머니는 부엌으로 향하셨다.

아이들은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이불장 구경을 하기 시작한다.

문이 있으면 열어보고 싶고, 열어보면 또 꺼내어 놀고 싶은 게 아이들의 심리가 아닐까.

와르르 이불을 쏟은 아이들은 신나는 세계로 빠져든다.

책을 넘기면서.. 혹시나 아이들이 야단맞는 거 아닐까? 내심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도 쏟아진 이불들은 아이들 덕분에 해바라기를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은 나를 일순간에 유년 시절로 돌아가게 해 준 책이다.

할머니 댁에 가면 안방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던 자개장롱.

양가 할머니 댁에 모두 자개장롱이 있었던 것을 보면 그 시절 혼수품 1호였던 것 같다.

자개의 화려한 반짝임과 자개로 새겨진 풍경 구석구석을 보고 있으면 심심할 사이가 없었다.

모두 수작업이라 그런지 똑같은 모양을 본 적이 없다.

자개장롱의 그림 속에는 사슴도 있었고 거북이도 있었다.

가끔은 봉황과 용이 하늘을 날기도 했고 산과 소나무가 참 멋들어졌던 기억이 난다.

장롱문을 열면 이 책이랑 똑같은 베개와 이불들이 들어 있었다.^^

예전에 어떤 외국인이 '한국인들이 문화재를 마구 버리고 있다.'라는 SNS 글을 올린 걸 본 적이 있다.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은 버려진 자개장롱이었다.

우리 할머니 집에도 이제는 자개 이불장이 없다.

곱게 물려받아 내가 사용할 것을..

그러면 나도 우리 할머니처럼 좋은 할머니가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오늘은 아이와 이불놀이를 한 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