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제작소 래그랜느 - 다름 속에서 만들어가는 자폐장애인들의 소망이야기
남기철 지음 / 아가페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품절


이국적으로 보이는 표지를 보며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외국 어느 곳의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가자 바로 '범선'이라는 한국 이름이 나온다.

"일 안 해? 안 가?"

자기가 해고된 것도 모르고 범선이는 아침마다 손을 잡아끌었다.

본문 중에서

아... 우리나라의,, 우리들의 이야기구나.

레그랜느는 프랑스어로 씨앗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말해보자면..

자폐성 장애인의 아버지 남기철 님께서 장애인 일터를 어떻게 시작하고 일구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 이렇게 한 줄 쓰는 것은 쉽다. 책으로 한 권 읽는 것은 쉽다.

하지만 실제 그 과정은 길고 어렵고 외로우셨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보호작업장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이 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장애인이 만든 제품이면 사람들이 사지 않을 거야.' 같은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편견이 너무 많다는을 것을 통감하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장애인 작업장을 만드시며 장애인이 보조가 아닌 주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님의 생각이 반가웠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리 부모들의 생각이고, 실제는 우려가 더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 책에도 그리 쓰여 있고..

주변에서는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 돈이 있으니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냥 웃어넘긴다. 대꾸할 말도 생각나지 않고 대꾸할 힘도 없다.

그럴 힘이 있으면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물가에서 떨어져 지낼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본문 중에서

작업장에 대한 여러 시도들과.. 포천에 농사를 자폐성 장애인들과 함께 짓게 되기까지..

장애가 있어도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알리고, 나누는 기쁨을 느끼는 사람들.

"준환아 재미있니?"

"네"

"그래. 그래도 여기는 뽑으면 안 된다."

"네"

본문 중에서

과연 농사가 가능할까..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나도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들 해냈다.

과정은 길지언정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장애 속의 차별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자기 자신의 불편함이나 권리를 표현하기 어려운 자폐성 장애인들은 장애인 속에서도 편견과 차별이 있다는 것..

그것은 사실이다.

코로나로 모두가 어려운 이 시기..

장애인들은 더욱 힘겹게 지내고 있었다. 지원이나 대응은 없지만 규제는 많아졌다.

장애인 작업장은 그 상황이 더욱 힘들었던걸 모르고 있었다.

똑같은 회사인데 장애를 이유로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하고, 매일 나가던 회사를 못 나가게 되고..

정작 소상공인 지원 같은 건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장애 비장애의 차별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나는 정말 진심으로 감동받았다.

나도 한동안 장애인 작업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자료를 모으고 알아보고 있었는데..

중증 자폐인 동동이가 얼마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추이를 지켜보며 동동이가 일을 할 수 있다면 작업장,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면 돌봄 쪽으로 가닥을 잡자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장애를 가진 일꾼들은 중증도 많았다.

중증 아이들도 하나하나 가르쳐 베테랑 직원이 되었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고 머리에 찬물을 맞은 느낌이었달까..

내 아이도 충분히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용기가 생긴다.

책을 읽으며 '범선'이라는 이름이 참 낯익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산을 오르는 아이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었다.

아,, 아버님은 이 책도 만드셨었구나.

주말마다 자폐 아이들과 봉사 짝꿍 한팀으로 산행을 하는 모임에 관한 책이었는데..

코로나 이전까지도 이 모임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한 분이시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동동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이 더 많아졌지만 좋다.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댄다.

래그랜느..그리고 포천농장.

언젠가 꼭 방문해 보고 싶다. 배우고 싶다.

↓ 래그랜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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