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님이 작고하신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 슬픈 소식을 들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났고,
이미 2020년도에 박완서 작가님을 기리며 이 에세이 모음집이 세상에 나왔다.
더 이상 작가님의 새로운 글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이미 세상에 나와있는 글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수없이 읽혔던 그 글들이,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
그러니 읽었던 책을 읽어도 작가님의 새로운 글을 읽는 기분이 든다.
나는 맨 처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박완서 작가님을 만났었다.
그때는 내가 촌에서 자란 사람이라서 굉장한 감동과 동질감을 느꼈었다.
그 후에 읽었던 몇몇 글들에서는 세대 차이라고나 할까,
어른인 작가님의 이야기가 어르신의 잔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때가 나의 20대 시절이다.
그리고 지금 마흔이 넘어서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새롭게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분의 생각과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일치함을 느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배워가는 그리고 깨달아 가는 삶의 통찰이랄 것이 있기는 한가 보다 싶다.
물론 작가님에 비하면 아직 멀었지만 60이 되고, 70이 되어서 읽는 이 글을 또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책 중에서 박완서 작가님이 선진국 여행으로 일본을 가셨던 에피소드가 있다.
여행 담당자에게 "이 지역의 특수학교를 보고 싶다."라고 견학을 신청하고, 진짜 선진국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는 부분은 참으로 마음 깊이 와닿았다.
박완서 작가님은 그런 분이었다.
이 책은 작가님의 산문 660여 편 중에서 35편의 베스트를 골라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며 우리 어머니들과 우리 할머니들이 생각이 났다.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