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시대]와 [PD수첩]등등 MBC의 굵직굵직한 프로그램들을 연출했던 송일준 PD님이 제주도 한 달 살기 책을 출간하셨다. (퇴임은 광주 MBC 사장으로 하셨으나 본인이 PD로 불리길 원하신 것인지 제목에 PD가 들어 있다.)
바쁘고 힘들었던 방송생활을 마치고 제주도 한 달 살기에 도전한 이야기라고 하기에 막연하게 놀멍 쉬멍을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그간 보아왔던 제주도 한 달 살기 책들과는 두께가 상당히 달랐는데,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저자께서 얼마나 제주에서 바쁘게 생활하셨는지를..
이 책은 흔한 제주도 여행에 관한 책이 아니었다. (물론 여행에 관한 정보도 있다.)
한 달간 제주여행을 하며 만난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아는 사람들, 저자가 느낀 것들과 지난 우리들의 아픈 역사가 함께 한다.
책을 읽으며 정말 이 분은 PD셨구나~ 하는 게 느껴진다.
여행지에서 만난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인간시대나 PD수첩 촬영을 하시는 듯 ㅎㅎ 취재를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상황과 풍광 묘사도 참 잘 해주셔서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은 함께 여행을 다녀온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제주 4.3사건을 성인이 된 후에야 알았다.
제주에 가면 관광만 즐길 일이 아니라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책 표지에 꿈만 꾸지 말고 떠나라!!라고 쓰여 있다.
다음번엔 어디로 떠나실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