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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 내로라 / 2021년 4월
평점 :
월간 내로라의 202104는 [누런 벽지]라는 제목이다.
누런이라는 단어는 노란색의 상큼함과는 거리가 멀다.
표지 속에서는 한 여인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찢겨진 누런 벽지 앞에 있는 그녀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1829년에 신경 쇠약증이라는 말이 처음 생겨났다고 한다.
이는 여성들에게 많이 생기는 증상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휴식 치료법"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환자의 완벽한 휴식을 위해 6~8주간을 간호사 외에는 만나지 않고, 침대에서만 생활하며 고단백 식사를 하는 치료법이라고 한다.
물론 어떠한 활동도 금지다. 어찌 보면 생각하는 것 자체를 금지시켰다고 봐야겠다.
산후우울증을 겪는 주인공은 이 휴식 치료법을 처방받은 여인이다.
공기 좋은 시골의 외딴 별장을 얻어 누런 벽지를 보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혼자 남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벽지는 기괴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리고 그 실체를 알고 싶은 주인공은 점점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일기체로 쓰여진 내용이 주인공 자신과 세상에 부르짖는 비명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있던 과거가 떠올랐다.
열이 많이 나던 날.
밤에 잠을 이룰 수 없었던 밤에 벽지가 울렁거리며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받았던 밤이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그렇게 밤을 지새웠고 아침이 되어서야 비로소 움직일 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그날의 나와 같은 밤을, 매일매일 몇 달을 보냈을까?
문득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는 휴머니스트이자 페미니스트라고 한다.
나는 둘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어떻게 이 책을 썼으며, 그 시대의 여성들은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이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