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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하는 시간 - "삶이 힘드냐고 일상이 물었다."
김혜련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7월
평점 :
표지가 참 예뻤다.
돌담에 늘어진 초록빛 담쟁이와 강렬하게 빨간 꽃무릇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자가 쓰는 집, 밥, 몸 이야기'
책의 뒤표지에 이런저런 말들이 써 있다.
누군가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려나 보다 하고 책을 열어본다.
집과 밥, 몸에 관한 이야기라면 세상 살아가는 누구나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참 마음이 아픈 책이었다.
유년시절의 저자는 행복을 배울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것 같았다.
어머니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먹는 기쁨조차 누릴 수 없었다.
진귀한 음식이나 특별한 음식이 아닌 평범한 엄마의 밥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책 속에서 저자가 지나간 시절들을 회상할 때마다 나는 통탄하는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음식과 나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작은 집을 구해 손보고, 자연과 벗삼게 되며 저자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는 자연 속에서 나를 위해, 그리고 이웃을 위해 정갈한 마음으로 밥을 하고 음식을 나눈다.
"정말 다행입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저자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풀잎 하나,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녀의 자연에 대한 통찰은 실로 놀라웠다.
한때 나도 우울감에 빠져 나를 위해서 에너지를 쏟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을 위한 음식은 했지만 정작 나 혼자 먹는 점심은 컵라면으로 대충 떼우기 일쑤였다.
어느 날부터는 그마저도 넘기기가 싫어 버리는 일이 잦았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가 나를 대접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였는데 그걸 잊고 살았구나' 싶었다.
책을 읽으며 그날이 떠올랐다.
저자의 이야기가 곧 나의 이야기인 것 같아 깊은 공감이 된다.
밥하는 시간.. 이 말속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들을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