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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가족
오에 겐자부로 지음, 오에 유카리 그림, 양억관 옮김 / 걷는책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에서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오에 겐자부로.
그분의 가족과 일상 이야기가 잔잔하게 담긴 에세이집이다.
제목이 낯익다 생각했는데 2008년 그가 세상에 내놓은 회복하는 인간에서 따온 제목이 아닐까 싶다.
글은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사실은 평화롭고 잔잔한 이야기는 아니다.
치매에 걸린 장모님과 지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아들을 둔 가장의 이야기는
아름답고 고요한 문체로 쓰였지만 사실은 고통스럽고도 강인하게 느껴졌다.
젊은 소설가였던 아버지는 이제 노년의 길을 걷고 있다.
성인이 된 자녀의 작업장을 데려다주고 오면 한동안 소파에 누워있어야 한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아팠다.
그가 젊고, 아이가 어렸을 때에 느꼈던 아이의 장애와 관련한 고뇌들이 무엇이었을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지금은 제목처럼 회복했고, 또 지금도 회복하고 있는 가족의 모습으로 보였다.
저자는 장애를 지닌 아들과 가족이 어떻게 공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다.
그의 이런 생각은 그가 집필했던 많은 작품들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아들은 아들만의 속도로 성장을 하고 있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던 아이가 새소리를 듣고 말문을 트이는 장면에서는 뭉클함이 느껴졌고,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작곡가가 되어 앨범을 만들고 연주회를 다니는 모습은 이국땅의 모르는 사람의 일이지만 나의 일 같이 기쁘기도 했다.
저자는 책의 말미 즈음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젊은 시절에 히카리와 함께하는 이런 인생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아내와 내가 만난 최악의 곤경이란 것이
지금은 극복하여 그것을 추억으로 떠올릴 일도 아니고,
오히려 더 새로이 팽창될 가능성을 가진 채 그 줄기가 이어지고 있고,
바로 그것이 지금 우리 인생에 긴장과 기쁨을 가져다주는 주체이기도 하다."
아마도 그는 다가오는 미래에 더욱 큰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있는듯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살아온 오에 겐자부로 씨에게 깊은 감동을 느꼈다.
또한 책의 곳곳에 소박하고 예쁜 그림들이 있는데,
이 그림들은 저자의 부인인 오에 유카리 씨의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에 걸맞는 의미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