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세상 을유세계문학전집 96
레이날도 아레나스 지음, 변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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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친 순간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가게 '현란한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문장과 어휘, 이야기의 전개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르반도 수사'의 회고록이라고 시작한 이 작품은 관점의 변화가 숨가쁘게 이루어집니다.  읽으면서 따라가느라 숨이 턱에 차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려와서 쉽지 않은 걸음이었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셀 수 없는 상징들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들.
자유를 갈구 하지만, 어느 곳에선가 수사가 갖혀있던  수 천  개의 새장으로 이루어진 저택처럼 이야기들이겹겹이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사가 여정을 이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일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수사가 혹은 내가, 또는 네가 걷는 그 모든 순간이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간혹 비유로 사용되는 낯익은 이름들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설정, 낯선 전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 이 작품 자체가 '현란한 세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생 모르고 지났을 수도 있는 작가일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그 만큼의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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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3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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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를 새해의 첫번째 책으로 선택한 것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남아있지만, 싯다르타의 인생행로가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여러가지 의미로 남았습니다. 고민하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답을 찾아갈 용기를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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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생일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1
이와사키 치히로 지음, 엄혜숙 옮김, 다케이치 야소오 기획 / 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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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연서
2분 ·
'창가의 토토'라는 책에 일러스트를 그린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 동화책 #눈오는날의생일의 번역본이 미디어창비에서 새로 출간됐다.
표지에 빨간 모자, 빨간 장갑을 끼고 있는 귀여운 꼬마가 이 책의 주인공 '치이'다.

아이들에게 '생일'은 정말 특별한 날이다.

아이는 없지만,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렇다.

생일을 기다리는 치이. 그런데 마침 오늘 친구의 생일이다.

선물을 준비해서 따라오는 강아지도 마다하고 친구네 집에 갔다.

생일 초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후~하고 불어버린다.

무안해져서 도망쳐 나온 치이는 선물도 친구도 다 싫다고,

별님에게 내일 눈이 내리게 해 달라고 빈다.

정말 다음날 눈이 펑펑 내린다.

책 제목처럼 '눈 오는 날의 생일'이 됐다.

친구들도 모두 찾아와서 축하해 준다.

동화가 어때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슬며시 웃음이 났다.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성장하는 방법은 없는 것 아닐까.

어른이 되어도 마음은 일분 일초 상처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내가 잘못했어도 상처는 상처다. 속상해하고, 하면 안되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의 구분을 알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특히 더 이와사키 치히로의 전시회에서 본 글이 기억에 남는다.

치히로는 자신이 보고 있는 아이를 그렸다기 보다는 자신 안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낸 것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다. 그려진 아이의 시선이 다른 곳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랄까, 시선이 자유로운 것이 그 증거(?)랄까.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은 선이 또렷하지 않고 전면에 색이 묻어날 듯한 그림이 많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표정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냥 보고 있어도 치이가 신났을 때, 풀이 죽었을 때그리고 다시 행복해졌을 때 마음이 함께 따라 간다.

그래서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 아닐까..

아, 그러고보니 치이짱의 얼굴 후배네 딸아이를 닮은 것 같기도 ^^
#눈내리는날의생일 #이와사키치히로 #미디어창비 #독자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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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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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이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아볼 기회가 없었던 일들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근대사를 돌아볼 기회를 마주하면 구멍처럼 혹은 어떤 뚜껑이 덮여 있는 것처럼 공백인 구간들이 있다.

해방직후 미군정 시기에 우리 사회가 어땠는지는 여러 방면에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읽기도 했지만,

실제 어떤 한 집단의 기록을 들여다 볼 일은 흔치 않은 기회가 아닐까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듯이 어지간한 역사 덕후들도 모를 이야기이지 않을까한다. 

하물며, 역사 덕후가 아닌 나는 더욱 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놀랍다고 할지, 왜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부분은 해방됐다고 인적자원들이 갑자기 물갈이 하듯 바뀔 수 없는 여건이었고, 일제 강점기 부터 판.검사 직을 수행하던 사람들이 계속 그 직을 수행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일본인들이 떠난 자리를 메꾸는 데에도 사람은 계속 필요한 시기였다는 점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법조계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전후하여 그 사건과 연관된 법관과 변호인단의 역사를 한 번 더 상기시킨다.

샘플 북에 수록된 부분은 4장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 까지이다.

내가 착각하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의 적용이었다. 막연하게 어떤 제도든 예전부터 '개천'에서 ''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거론되는 변호인단의 면면을 살펴보는 책의 전반부에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착각이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꽤 충격이었지만,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법관'을 임용하는 제도에서 공부를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신분'이 존재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신분의 문제보다는 자금의 문제가 더 큰 비중이었다. 그러나 더 무섭게 느껴진 건 지금 사회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든 이 문제였고, 갈등을 겪고 있는 세력들도 한발만 물러나면 친일파의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은 씁쓸했다.

낯선 용어들과 낯선 인물들이라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공백'의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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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스페인 근현대사 - 우리에게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스페인 이야기
서희석 지음, 이은해 감수 / 을유문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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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근 현대사'는 약간 '커튼으로 가려진 영역'같다.

학창 시절에 배운 역사는 대체로 이름도 안 외워지는 고대부터 근대로 막 진입하는 과정에서 뚝 끊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약간 금기시하거나 꺼려하는 부분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는 몇 가지 키워드가 전부였다.

'정열의 나라(플라밍고 등)', '파블로 피카소', '관광지' 그리고 '헤밍웨이', '조지오웰' 같은 작가들이 사랑한 나라. 프랑코의 독재는 또 거기에 딱 가서 붙지 않고 약간 별개의 국가 혹은 별개의 시공간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책 표지도 표지지만 '한 권으로 끝내는'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역사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을 떼어 놓는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서 읽어야 할 분량이 적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만큼의 내용을 정리한 저자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 때는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던 스페인이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걸었고, 또 어떻게 현대국가로 변모했는가를 차분히 알려준다.

보통 '역사책'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있기 마련인데 스페인은 그 역사 자체가 대단히 역동적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서술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 틈에서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험난했을까 싶기도 했다. 왕이 통치를 제대로 해도 '세금'의 근원인 민초들의 삶은 척박하기 마련인데, 이 나라가 현대로 걸어오는 과정에 국민의 자리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어느 나라든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살펴본 통치자들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그 수많은 고전에 등장하는 유럽 왕족 가문들의 이합집산의 배경이었나 싶게 익숙한 이름들이 나와서 놀랍기도 했고, 반가웠다. 마치 그동안 알지 못해서 답답했던 2%의 퍼즐이 맞춰진 것 같았다.


 제국이 몰락으로 들어섰던 초입에 그래도 스페인을 부강하게 하고자 했던 펠리페2세 시절부터 시작하여 독재자 1975년 프랑코 사망으로 끝을 맺는다.

왕족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한번 '스페인'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고, 중간 중간 야사에 속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당시 '스페인 왕'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는 가가 유럽 전체의 이해타산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나라를 부강하게 한 왕도 있긴 있었지만, 대체로 자신들의 특권을 놓고 싶지 않아서 국민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밀어 넣은 집권자들이 많았다.

언제나 한 걸음 부족하거나 너무 많이 가거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보내거나 거부하는 모습은 우리의 근대 모습도 겹쳐져 이 책의 부제인 '우리에게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스페인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알게 됐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많이 다뤄지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게 되어 일견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 크지만, 2차 대전의 전초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스페인내전'은 마치 실체 없는 전설 같이 생각됐던 면도 있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는 시각은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후세를 사는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조망도 가능하지 않을까하지만, 그 시간을 현재로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그 다음의 시간을 전망하거나 예상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 것이다누가 집권을 하던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지만, 또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역사의 교훈이 아닌가 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더욱 좋겠고, '스페인'은 대체 어떤 나라인가를 본격적으로 탐구해볼 생각이 있다면 그 전에 입문서로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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