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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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을 때는 저자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그저 프랑스의 유명작가로 알고 있던 작가입니다. 이번 신간 '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출간 준비 과정을 SNS에서 알게 됐을 때만해도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하는 짧은 문장들이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첫번째 에피소드의 제목 " 내가 가진 개 한마리와 가졌던 닭 여러마리' 처럼 말이죠. 대체 그들 한테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작가는 원래 한 줄의 문장으로도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지만 제목부터 사람을 궁금하게 하다니!!

이 책 ‘몽테크리스토 성의 뒤마'는 그 위풍당당한 외모부터 시선을 확 잡아 끕니다.  한 톤 다운된 듯한 민트색 바탕에  금박장식!( 유럽스럽워요!)
여느 책들 처럼 근엄한 표정을하고 이 쪽을 건너다보는 작가의 초상화가 아니라 양손에 앵무새와 원숭이 우리를 들고, 곧 어디로든 길을 떠날 것처럼 한 껏 신나보이는 뒤마(아마도)! 
마치 ‘어서와, 나의 동물 이야기를 들어볼래?’ 하는 듯한 유쾌합니다.  지난 번에도 썼지만 책을 받고 가장 놀란 것은 그 무게였습다. 두껍기는 종이사전 반토막인데, 가볍기가 깃털(?) 같네요.
그 ‘뜻 밖의 가벼움’이 읽어야 할 분량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펼치면 뭐 그닥 부담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뒤마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큰 성공에 힘입어 ‘몽테크리스토성’이란 저택을 짓고 기거했던 시기를 전후해서 그가 길렀거나, 그에게 큰 인상을 주었던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한  그 시기에 그가 살아냈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글은 신선함과 낯설음이 공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대개의 경우 ‘진입장벽’이란 것을 믿지는 않습니다. 쓰는 것도 싫어하구요.
그러나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글을 접할 때는 어쩔 수 없이 그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장벽’보다는 ‘익숙해지는 시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처음 ‘개와 닭’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아직 문장을 익히지 못해서, 함께 헤매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건에는 서술도 흔한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소 장황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첫 장을 잘(?)넘기고 나자 스코틀랜드 출신 포인터종 망나니 개 ‘프리차드’가 등장합니다.  그와 함께 뒤마의 주변인물들도 각각의 역할을 가지고 차례차례 등장합니다. 
그가 몽테크리스토성에 기거하기 전부터 등장하는 동물들은 아주 다양합니다. 이미 첫 장의 제목처럼 닭이 있었고, 개 , 고양이, 원숭이, 말,  독수리 등.  대체로 영악하게 망나니 짓을 한 프리차드와의 에피소드가 중심을 이루지만 다른 동물들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어느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습니다.  덧붙여 가끔 얄밉도록 적정한 ‘삽화’가 따라나옵니다. 정성들인 듯 대충 그린 듯 애매하지만 동물들 때문에 당항한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재미있습니다. 거의 책 말미까지 함께한 프리차드에 대한 애정이 도드라집니다. 표현 방식의 차이겠지만, 문장은 그닥 그 개를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200년쯤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지금 사람들의 애정표현 방법의 차이일 수도 있겠죠.  미사여구는 없지만 그럼에도 그 애정이 묵직하고 깊습니다. 

‘뒤마’의 글은 유쾌하고 능청스럽게 느껴집니다. 시치미 뚝 떼고  자신은 엄청 근엄하고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뭔가 장난스러운 웃음이 배어나오옵니다다.  예를 들면 데보랑이란 말의 복수(뒤마의 주장)로 아들 알렉상드르와 함께 사선을 넘을 뻔 했을 때도  ‘알렉상드르의 몸은 내 몸위로 가지런히 포개진 덕에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안전했다.(p.214)’ 같은 식으로요.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에는 혹평을 하는 비평가들과 마주하고, 정치에 나섰다가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인생의 파고가 엄청났던 작가인데도 감정의 기복보다는 삶에 대해 여유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물론, 사람의 모습은 다층적이기 때문에 속내가 어땠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요.  희곡이나 소설이 아닌 글들이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고,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제게는 대단한 행운이었습니다..
다시 펼쳐보면 좀더 많은 함의가 보일 것 같습니다.  뒤마의 팬이든 뒤마를 잘 몰랐든 꼭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문장을 읽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엉뚱한 동물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더 엉뚱한 뒤마의 시선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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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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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전말을 조사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화자가 재 구성한 조사 장면입니다. 서서히 피해자의 모습,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각각의 회상 또는 이야기를 통해 그 죽음을 기점으로 싫었든 좋았든 함께한 추억과 범인을 특정하기에는 애매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유력한 용의자도 제 각각입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이 죽음은 각자의 삶에 커다란 구멍과 같은 상처를 남긴 건 확실해 보입니다. 시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안녕주정뱅이’를 읽을 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지극히 건조한 듯 하지만 감정이 스미는 분위기가 좋습니다. 아련하지만 선뜻하기도 한 이 이야기의 다음이 무척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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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세상 을유세계문학전집 96
레이날도 아레나스 지음, 변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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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친 순간 정말 눈이 핑핑 돌아가게 '현란한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문장과 어휘, 이야기의 전개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처음 접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르반도 수사'의 회고록이라고 시작한 이 작품은 관점의 변화가 숨가쁘게 이루어집니다.  읽으면서 따라가느라 숨이 턱에 차는 것 같았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여러가지 목소리가 들려와서 쉽지 않은 걸음이었습니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셀 수 없는 상징들과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이야기들.
자유를 갈구 하지만, 어느 곳에선가 수사가 갖혀있던  수 천  개의 새장으로 이루어진 저택처럼 이야기들이겹겹이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수사가 여정을 이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실일 수 없을 것 같지만, 또 수사가 혹은 내가, 또는 네가 걷는 그 모든 순간이 현실이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간혹 비유로 사용되는 낯익은 이름들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설정, 낯선 전개,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 이 작품 자체가 '현란한 세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생 모르고 지났을 수도 있는 작가일 수도 있었지만, 그랬다면 그 만큼의 아쉬움이 남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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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3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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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를 새해의 첫번째 책으로 선택한 것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남아있지만, 싯다르타의 인생행로가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마음에 여러가지 의미로 남았습니다. 고민하던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답을 찾아갈 용기를 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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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생일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 1
이와사키 치히로 지음, 엄혜숙 옮김, 다케이치 야소오 기획 / 미디어창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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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연서
2분 ·
'창가의 토토'라는 책에 일러스트를 그린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 동화책 #눈오는날의생일의 번역본이 미디어창비에서 새로 출간됐다.
표지에 빨간 모자, 빨간 장갑을 끼고 있는 귀여운 꼬마가 이 책의 주인공 '치이'다.

아이들에게 '생일'은 정말 특별한 날이다.

아이는 없지만,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렇다.

생일을 기다리는 치이. 그런데 마침 오늘 친구의 생일이다.

선물을 준비해서 따라오는 강아지도 마다하고 친구네 집에 갔다.

생일 초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후~하고 불어버린다.

무안해져서 도망쳐 나온 치이는 선물도 친구도 다 싫다고,

별님에게 내일 눈이 내리게 해 달라고 빈다.

정말 다음날 눈이 펑펑 내린다.

책 제목처럼 '눈 오는 날의 생일'이 됐다.

친구들도 모두 찾아와서 축하해 준다.

동화가 어때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슬며시 웃음이 났다.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고 성장하는 방법은 없는 것 아닐까.

어른이 되어도 마음은 일분 일초 상처를 받는 일이 허다하다.

내가 잘못했어도 상처는 상처다. 속상해하고, 하면 안되는 일과 해도 되는 일의 구분을 알게 되고

그렇게 조금씩 자라나는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특히 더 이와사키 치히로의 전시회에서 본 글이 기억에 남는다.

치히로는 자신이 보고 있는 아이를 그렸다기 보다는 자신 안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낸 것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다. 그려진 아이의 시선이 다른 곳을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이랄까, 시선이 자유로운 것이 그 증거(?)랄까.

이와사키 치히로의 그림은 선이 또렷하지 않고 전면에 색이 묻어날 듯한 그림이 많다.
그런데도 아이들의 표정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냥 보고 있어도 치이가 신났을 때, 풀이 죽었을 때그리고 다시 행복해졌을 때 마음이 함께 따라 간다.

그래서 그림책을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 아닐까..

아, 그러고보니 치이짱의 얼굴 후배네 딸아이를 닮은 것 같기도 ^^
#눈내리는날의생일 #이와사키치히로 #미디어창비 #독자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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