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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멈추지 못할까 - 애착으로 읽는 중독의 심리학
주세진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최근 MBC PD 수첩에서 청소년 도박중독을 다룬 방송을 보았다. 친구를 따라 시작한 온라인 도박이 어느 순간 아이의 일상을 집어 삼키고 수천만원에서 2억원이 넘는 돈을 잃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성적이나 가정환경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침투할 수 있고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현실이 더욱 두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읽은 이 책은 왜 저 아이들은 도박을 끊지 못했을까 라는 질문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했다. 저자는 중독을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정신전문간호사인만큼 중독의 뿌리를 애착과 연결의 문제에서 찾는다. 어린 시절 충분히 의지할 사람과 연결되지 못하고 힘들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는 경험이 부족하면 사람은 자신으이 마음을 달래줄 다른 대상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4부, 다시 연결되는 삶이었다. 이 책은 상처를 단순히 지워버리라고 하지 않는다. 오래된 설계도를 다시 쓰는 것, 즉 과거에 만들어진 애착과 반응의 구조 위에 새로운 경험과 관계의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조건적인 수용에서 시작해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경험과 관계의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혼자 버티는 구조를 바꾸고 흔들리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회복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청소년 도박 문제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다시는 안돼", "도대체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러니"와 같이 아이를 책망하는 것은 가장 쉬운 방법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중독의 회로가 만들어진 아이를 도와주는 것은 꾸짖음이나 비난이 아닐 것이다. 힘들다고 말해도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 경험, 실패해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경험,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정된 관계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모든 중독의 문제를 애착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년 도박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접근성, 또래 문화, 도박 사이트의 유인 구조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상호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복잡한 문제의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한다. 아이에게 도박을 끊으라고 요구하기 전에 아이는 무엇에 연결되어 있었을까라는 질문말이다.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아이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보다 힘든 순간에 부모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상황 아닐까?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를 통제하는 부모보다 아이와 연결 대상이 되어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이 든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마지막 힘은 절대 흔들리지 않는 의지가 아니라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관계라 생각된다.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중독을 끊는 방법만이 아니라 사람은 다시 연결될 때 달라질 힘을 가진다는 것 그리고 그 연결을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 그리고 어른의 역할이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