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서울을그리다#김효찬#정명섭#초록비책공방경호원처럼 우뚝 서서 전깃줄을 어지럽게 감고 있는 전봇대. 칠이 벗겨진 담벼락. 김효찬 작가님의 드로잉을 보면 익숙한 골목길이 그렇게 친근할 수가 없다. 그렇게 정감있는 이쁜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못난 똥손은 웁니다. 😭)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김효찬 작가님의 드로잉과 글들. 그리고 정명섭 작가님의 조근조근한 서울 이야기. 너무 완벽한 궁합이 아닌지?서울에 그렇게 오래 살아도, 몰랐던 역사이야기. 골목골목에 깃든 아픈 현대사와 현재. 읽고나니 스케치북을 들고 서울 탐방에 나서고 싶어졌다. 두 작가님의 서울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 ..내가 종묘와 월대를 보며 느낀 죽음의 모양은 겨울나무처럼 바짝 마른 모습이기도 하고, 봄을 품어 부유한 모습이기도 하다. 어떤 형태의 죽음이든 삶의 한 모습으로 조금은 친근하게 곁에 두어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꽤나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다. -p15골목길의 탄생은 삶의 지독함과 맞닿아 있다. 술에 고주망태가 된 남편에게 악다구니하다 지친 부인이 남은 잔소리를 토해내는 곳이자 월사금이 밀려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가 책가방을 멘 채 배회하는 곳이 바로 골목길이다. 골목길이라고 이름을 붙은 곳은 우리 삶이 버려지고 채워지는 곳이기 때문에 결코 깨끗해서는 안 된다. 서순라길이 나에게 더없이 편하게 다가온 것도 매일의 삶이 이루어지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발길에 녹아내린 골목길이 서글퍼 보이는 것은 더는 사람들의 사연을 엿볼 수 없기 때문이다. - p56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을 산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장 찬란했을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태극기며 성조기, 십자가 등을 들고 나오신 어르신들은 2018년에 1960년대를 살고 계시는 거라 생각한다.나는 이 집회를 어쩔 수 없는 의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는 심란함을 마음에 안고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p95서촌에 올 때마다 마치 우리 역사가 지층처럼 쌓여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선 시대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던 수성동 계곡부터 일제 침략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벽수산장의 흔적, 윤동주와 이상이라는 걸출한 시인의 숨결이 묻어있는 곳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흐름을 한번에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수많은 어제가 모여 만들어진다. 서촌에서는 역사가 되어버린 어제의 삶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p173이번 일은 역사를 그리는 기행인데, 나는 이 골목에서 나의 지난 역사만을 찾았다. 부끄러워 꽃같던 어릴 적 연애는 지금 다시 생각하니 그냥 부끄러울 뿐이고, 부끄럽도록 서툰 연인들은 지금도 이 골목에서 꽃 같은 중이다. 나는 누구라도 지난 연인에 대해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서툴던 경험 덕분에 지금의 사랑이 견고해질 수 있었으니. -p186이유야 어찌 됐든 조선인은 친일의 길을 걸었고, 영국인은 항일의 선봉에 섰다. 항일의 선봉에 선 영국인의 집은 흔적도 없이 작은 표지석만 남아있고, 친일을 한 조선인이 살던 곳은 잘 보존되어있다. 두사람이 살던 집은 수십미터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월암근린공원의 두 흔적을 통해서 역사는 때로 잔혹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p206-207한옥으로 시작해 한옥으로 끝나는 이번 여행길은 이곳을 마지막으로 해서 끝난다. 그 중심에 백인제 가옥이 있었다. 서울 중심가에서 전통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자 기쁨이다. 골목길의 미로처럼 뒤엉킨 아픈 역사의 흔적을 본다는게 조금 괴롭지만 말이다.역사를 어떻게 걸어야하는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걸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p31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