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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거리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올해의 유행 컬러인 '포르투갈의 바다'색, 민트가 표지 색깔이다.
그 사람은 서가에서 책을 한 권 꺼내 읽고 있었다. 그것은 에게 해 같은 에메랄드그린색이랄까 옅은 파랑이랄까, 아무튼 미묘한 색상의 책으로 제목은 '포르투갈의 바다'였다. 94쪽
책 표지의 그림들을 찬찬히 보면
어떤 거리(그녀가 7월 24일 거리라고 불렀던 그 거리)
얼굴 없는 여자-사랑에 실수할까봐 걱정하는 사유리와 메구미의 얼굴이 들어가겠지.
그리고 카페라는 글자-사토시를 만났던 카페
사토시와 함께 있자니, 특별한 시간을 지내는 기분이 들었다. 어디에나 흔히 있는 카페에서 홍차를 마시고 있을 뿐인데, 눈앞에 사토시란 남자가 있다는 것만으로 벌써 몇 년이나, 아니 몇십 년이나 이 시간을 기다린 듯한 기분마저 든다.112쪽
이번 주 금요일, 7시 24분발 기차를 타고 도쿄로 간다는 문자를 보내자, 금방 답신이 왔다.146쪽.
(그녀는 7호차 기차를 타고 도쿄로 간다. 7과 24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하다)
기억 속의 문에서 걸어 들어오고 있는 남자(아마도 사토시이겠지)
장미와 가시 (사유리는 고등학교 시절, 아키코와 사토시를 지켜보면서 늘 가시에 찔리는 듯 괴로웠을 것이다. 이제 사토시와 겨우 사귀게 되었는데 아키코가 이혼했다. 장미는 사토시 때문에 얻게 된 사유리 마음의 상처)
사토시는 숲에 가깝다(.......) 1년 선배고, 모두의 동경의 대상이고, 늘 당당했고 친절했다. 다만 그 친절함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마치 숲 속에 아름다운 꽃이 있는가 하면 그 옆에 가시 돋친 넝쿨이 있듯, 부담 없이 다가간 우리들의 마음을 태연하게 짓밟았다. 112~113쪽
정말 표지 디자인이 좋다. 무성의하고 난삽한 것 같지만 의미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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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사유리는 자신이 사는 동네와 리스본을 겹쳐 생각한다. 그러다가 아키코가 이혼해서 사토시가 자신을 떠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도쿄에 가기 위해 역으로 갈 때 비로소 모든 망상들은 깨지고 본래의 모습으로 자신이 사는 동네를 바라보게 된다. 특별함을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평범 이하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일상에 안주하지 못하고 어디론가 늘 떠나고 싶으면서도 누군가 모조리 준비해 주지 않으면 절대 여행도 떠나지 않는 이 여자. 일본 만화책에서 보던 "찐따" 같다. 여성, 남성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부족한 여자이다. 남의 기준에 비추어 멋진, 잘생긴, 인기많은 사람과 사귀거나 그러한 사람에게서 고백을 받게 되면 내가 그 만큼 값진 여자가 된다는 것인가?
하지만 이 여자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는 사유리가 자신과 똑같은 기준을 메구미에게서 발견하고는 '어, 이 여자, 사랑을 위해 노력하고 있군(만화에서는 흔히 '고군분투하고 있군.'하며 감동한다)' 하는 것과 같겠지.
사유리나 메구미나 나나 다른 여자들을 찐따처럼 자존감없는 여자로 만들어버리는, 비틀거리며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사랑'.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길래.....
회사에서 역으로 가는 도중에, 어떤 일을 깨달았다. 그 상태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나 자신도 솔직히 놀랐다. 평소 같으면 머릿속으로 '코메르시오 광장에서 3번 버스를 타고 산타아폴로니아 역으로.'라고 생각했을 텐데, 버스 안에서 내가 '물가 공원에서 3번 버스를 타고 하나쿠즈레 역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186~1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