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 - 뇌과학이 밝혀낸 만성 통증의 진짜 원인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김성훈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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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

40대가 되어 보니 건강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30대에는 조금 피곤하다는 생각은 했어도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까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40대에 접어드니 작은 통증에도 이유를 찾게 되고, 병에 걸려 쓰러질까 걱정도 됩니다. 미루기만 하던 운동도 이제는 '아이들과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신체 건강뿐 아니라 뇌 건강에 관한 책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갑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뇌를 바꾸면 통증이 사라진다』였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성 통증을 안고 살아갑니다. 실제 질환이나 부상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저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뇌와 신경계의 변화가 통증을 지속시키는 중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저자 다니엘 G. 에이멘은 정신과 의사이자 뇌의학과 행동의학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뇌와 정신 건강, 만성 통증의 관계를 연구해 왔으며, 그의 클리닉이 보유한 뇌 영상 데이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뇌 스캔 데이터베이스 가운데 하나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환자를 병명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 바라본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요인을 함께 살피며 '왜 이 사람이 아프게 되었는가'를 이해하려 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뛰어난 의학자의 설명을 듣는다는 느낌보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의사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통증도 학습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신경가소성을 이야기하며 좋은 습관이 반복되면 뇌가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통증도 같은 원리라고 설명합니다. 반복되는 통증은 뇌의 신경회로를 강화시키고, 결국 다음 통증은 이전보다 더 쉽게 찾아옵니다. 통증이 또 다른 통증을 부르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당연한 원리인데도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파멸의 고리를 통증, 활성화, 침입, 신경긴장, 습관, 수렁이라는 여섯 단계로 설명합니다. 하지만 뇌가 통증을 학습할 수 있다면 회복 또한 다시 학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인식, 완화, 내려놓기, 개시, 수용, 함양.

이 여섯 단계는 단순한 치료법이 아니라 뇌가 새로운 길을 만들도록 돕는 과정이었습니다. 복식호흡, 손을 따뜻하게 하기, 토닥임 기법처럼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습관부터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까지, 특별한 기술보다 매일의 반복을 강조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부분은 아동기 부정적 경험(ACE)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뇌와 신경계에 깊이 각인되어 성인이 된 이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합니다.

전체 성인의 약 3분의 2는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아동기 부정적 경험을 가지고 있고, 20% 이상은 세 가지 이상의 경험을 안고 살아갑니다. 또한 아동기 부정적 경험 점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섬유근육통, 과민성대장증후군, 편두통 같은 만성 통증 질환이 더 흔하게 나타나며, 점수가 4점 이상인 경우에는 알코올 중독 위험이 약 7배, 약물 중독 위험은 10배 이상 높아진다고 합니다. 여성은 우울증 위험 또한 남성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아동기의 부정적인 경험을 안고 성장했고, 한때는 우울증을 비롯해 크고 작은 마음의 병을 겪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왜 유독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지, 왜 같은 상황에서도 늘 최악을 먼저 떠올리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저는 오랫동안 왜곡된 부정편향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생각을 바꾸고,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을 바꾸고, 작은 성공을 반복하며 제 뇌도 함께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은 변할 수 있고, 뇌도 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말하는 긍정편향과 긍정확언은 제게 단순한 자기계발의 언어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긍정은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이 아니라, 뇌가 반복해서 지나가는 길의 방향을 바꾸는 훈련이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자신과 대화합니다.

'나는 부족해.'

'내가 그걸 어떻게 해.'

이런 생각들이 반복되면 뇌는 그 길을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반대로 감사와 희망, 가능성을 담은 생각을 반복하면 뇌는 조금씩 새로운 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긍정확언은 현실을 속이는 주문이 아니라 내 뇌에게 새로운 경험을 반복해서 가르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 가장 깊이 와닿았습니다.

무엇보다 저자는 과거를 운명처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안전한 환경은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남긴 영향을 충분히 완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가장 먼저 제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며 상처를 하나도 받지 않고 자라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집만큼은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곳, 어떤 일이 있어도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부모란 아이에게 상처를 하나도 주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상처를 받아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는 저자의 경험을 비롯해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가 소개됩니다. 누구라도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뇌의 회복과 함께 삶을 되찾아 가는 이야기를 읽으며, 의학서를 읽는다는 느낌보다 한 사람의 삶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가 건네는 한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통증은 하나의 경험일 뿐, 당신이라는 사람 자체를 정의하지 않는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저자는 뛰어난 의학자이기 전에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랜 통증 속에서 자신의 삶마저 통증으로 정의해 버린 사람들에게 "당신은 통증이 아닙니다."라고 조용히 손을 내미는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 말은 통증뿐 아니라 우리의 과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처도, 우울했던 시간도, 실패했던 경험도 모두 '경험'일 뿐 그것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그 시간을 지나왔고, 왜곡된 부정편향을 조금씩 깨뜨리며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게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알려준 의학서가 아니라, 사람은 뇌를 통해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책으로 남았습니다.

40대가 되니 건강은 몸만 관리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됩니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생각을 돌보고, 나 자신에게 건네는 말을 바꾸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역시 건강의 중요한 한 부분이라는 것을요.

이 책은 제게 통증을 바라보는 시각뿐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꾸어 주었습니다.

상처는 삶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삶의 전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 희망을 끝까지 믿어주는 한 의사의 진심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책이었습니다.

지금 몸과 마음의 아픔으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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