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쓸모 - 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차민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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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책 표지에 적힌 이 문장이 가장 먼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대화가 아이들과 이루어지고 사회생활도 많지 않은 엄마인 저는,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쓰던 어휘들을 어느새 잊어버린 채 "그거 있잖아."라는 말로 대화를 얼버무릴 때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잊고 지냈던 말의 힘을 다시 떠올리게 해 줄 것 같았습니다.

『단어의 쓸모』의 저자는 '우리말 디렉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자극적인 신조어를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우리말을 찾아 소개합니다. 단순히 고급 어휘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말 한마디가 삶의 결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만난 단어들은 대부분 30~40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익숙하다는 것이 제대로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신조어가 쓰이는 맥락을 살펴보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우리말의 의미를 되새기다 보니, "맞아요. 이 단어에는 이런 마음이 담겨 있었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결국 어휘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결정장애'처럼 누군가를 낙인찍는 표현 대신 '트릿하다'와 같은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고, '개빡친다' 대신 '분통이 터진다'를, 서로 다른 의견을 두고도 '궤를 달리한다'고 표현하는 순간 말에는 상대를 존중하려는 마음이 담깁니다. 그런 말들이 쌓이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뿐 아니라 제 일상도 조금 더 고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어릴때는 자주 들었으나 지난 20년 동안 '춘부장' 같은 말은 거의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언어 역시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사어가 되기도 하고, '심심한 사과'나 '고지식하다'처럼 세대 간에 자연스럽게 전달되지 못해 뜻이 곡해되거나 오해를 낳는 경우도 생깁니다.

적절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자신도 단어를 잘못 이해하거나 오용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열린 태도 역시 원활한 대화를 만드는 중요한 조건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책 속에서 '삼가다', '신랄하다', '탁월하다', '풋인사', '별세', '영면'과 같은 단어들을 다시 만나며, 말에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특히 죽음을 표현하는 완곡한 어휘들은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는 우리말의 따뜻한 배려를 담고 있었습니다.

『단어의 쓸모』는 격식을 갖춘 어려운 말을 가르쳐 주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같은 마음도 조금 더 품위 있게, 조금 더 다정하게 전할 수 있도록 돕고, 우리말에 담긴 고유한 정서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잊고 지냈던 말의 온도를 다시 느끼며, 좋은 단어를 고르는 일은 결국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마음을 다듬는 일과 닮아 있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부터, 매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며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자신의 태도와 품격을 보여주는 힘이 됩니다. 조금 더 다정하게, 조금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라면 『단어의 쓸모』 유용하게 쓰일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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