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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를 위한 명심보감 필사 노트
권희린 지음 / 생각학교 / 2026년 4월
평점 :

아이들이 어릴 땐 사자소학을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며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삶의 태도들을 배웠습니다. 아이의 글씨가 엉망이라 요즘은 글씨 연습을 위해 필사를 시키고 있는데, 그래도 좋은 글이 아이의 마음에도 함께 남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을 건드려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책의 저자인 권희린 선생님은 18년 차 교사로 문해력과 인성의 연결고리를 고민해 오셨습니다. 명심보감은 유교 경전과 여러 고전에서 명구를 추려 엮어낸 책입니다.
요즘 출판계에서 고전의 위상이 다시 높아지는 것을 보면,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희로애락과 관계의 본질은 시대가 달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명심보감은 과거의 말이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아이가 SNS 계정을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한참 동안 지금은 왜 계정을 만들어 줄 수 없는지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픈채팅을 통한 범죄 위험과 단체 채팅방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사례 등을 이야기했더니, 아쉬워하면서도 부모의 걱정을 이해하는 듯했습니다.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SNS를 사용하게 되겠지만, 자신만의 기준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라면 스스로 잘 조절해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 책은 단지 명심보감의 문장을 따라 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직접 경험한 다양한 아이들의 생각과 실제 사례가 선생님이 남겨주신 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습니다. 아이는 선생님의 글을 통해 명심보감 속 문장의 뜻을 한 번 더 헤아려 보고, 자신의 일상으로 재구성해 봅니다. 이 과정 자체가 아이로 하여금 잠시 멈추어 생각하고 자신의 사고를 한층 더 확장하도록 돕습니다. 가까이는 청소년기의 진로 고민을 넘어, 궁극적으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스스로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기능적으로는 문장 필사를 시작으로 한자와 어휘를 익히고, 글의 의미를 자신의 삶에 연결해 보며 감정을 돌아보고 다음 날의 실천을 다짐하는 과정까지 이어집니다. 하나의 글을 통해 아이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철제본이어서 글씨 쓰기가 편하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최근 들었던 교육에서는 감정 문해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책 역시 필사를 마친 뒤 자신의 감정을 체크하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강의에서 인상 깊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약 40% 감소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 붙여 보는 작은 습관이 아이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하루의 실천 다짐까지 더해집니다. 내일의 행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계획한 것을 실천해 보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고 조절하는 힘을 기르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생활 습관 하나만으로도 사춘기 아이들이 하루를 건강하게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도움이 되리라 여겨진 부분은 단연 1장 교우편이었습니다. 고학년이 되니 친구 사이의 애착과 집착,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장 언어편은 형제자매와의 관계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말과 태도를 배우는 데 특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3장 근학·권학편은 공부를 통해 배우는 근면함과 노력의 가치를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전해 주는 내용이라 부모의 마음을 가장 잘 담아낸 장이었습니다. 이어지는 4~9장 정기편, 성심편, 계선편, 준례편, 안분편, 존심편에서는 삶을 살아가며 갖춰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 감정을 다스리는 힘,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 자신을 지키는 방법 등을 차근차근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부모가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아이와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입니다. 부모의 말도 중요하지만, 오래전 선인들이 남긴 지혜가 지금도 우리의 삶에 유효하다는 사실을 아이가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바로 세우고, 상대를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힘을 배우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를 둔 부모, 아이와 함께 필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싶은 가정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씨 연습을 넘어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하루를 돌아보며 내일을 준비하는 습관까지 길러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래 곁에 두고 싶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