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
김주현 지음, 최미란 그림 / 만만한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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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왕과 사는 남자를 보았습니다. 지금은 1500만을 넘겼더군요.

단종이 유배를 간 마을에서 엄흥도를 만납니다. 처음엔 마을의 안위만을 생각하던 엄흥도와 생의 의지가 없던 단종이 서로 부딪치고, 서로를 이해하며 새싹처럼 피어나는 삶의 생생함을 느끼게 됩니다.

결론은 누구나 아는 슬픔이지만, 이 이야기가 우리 가슴 깊이 남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모습과, 그런 사람들의 연대가 우리의 마음을 뜨겁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에 만난 책, 『저 같은 아이도 공부 할 수 있을까요?』는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만난 제자 산석과의 이야기입니다.

산의 일기와 다산의 기록이 교차로 진행되며, 두 사람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마치 눈앞의 일처럼 빠져들게 됩니다.

“저 같은 아이도 공부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아이를 바라보는 다산의 시선은 참으로 따뜻합니다.

새순을 이야기하며, “햇볕을 받은 잎에 꿀을 발라 놓은 것 아닌가 싶어 만져볼 만큼 반짝거린다”고 표현하는 장면에서는, 찬 봄기운을 뚫고 올라온 새순처럼 그 아이가 느껴집니다. 얼마나 기특하고 어여뻤을까요.

그렇지만 덥석 다가가면 놀랄까 아이를 배려하며, 오히려 자신이 어떤 아이인지 되레 물어봅니다.

스스로를 둔하고, 융통성 없고, 고지식하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다산은 배우는 사람에게 큰 문제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날래지 않음이 아니라, 둔함으로 꾸준히 파고들 수 있는 자세야말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재능을 믿고 들뜨지 않는 사람이 큰 공부를 할 수 있다고.

부지런히, 부지런히, 부지런히 하면 된다는 이 말은 아이에게 생각의 전환과 함께 큰 힘이 되어주었을 것입니다.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지금 우리 아이들이 갖고 있는 두려움과 조급함, 그리고 공부를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혜가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져야 할 마땅한 마음들 또한 가득했습니다.

흑산도에 유배된 형님을 걱정하는 다산에게 기꺼이 자신이 가겠다고 말하는 제자, 장맛비에 농부들을 걱정하는 스승을 보며 놀고 먹은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제자, 슬픔과 비참 속에서도 웃고 떠들 거리를 찾아내는 아이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 말해주는 스승.

실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훌륭한 선생님도 모기 앞에서는 같은 사람임을 느끼게 해주는 모습까지.

사람의 생로병사는 당연한 것이라지만, 나이가 들수록 주변 사람들의 죽음 앞에서는 슬픔이 깊어집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누구나 겪게 될 순간이지만, 늘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겠지요.

일흔이 된 산석이 열다섯에 만난 스승의 말씀을 되새기며 배운 공부를 삶으로 만들어냈으니, 결국 그는 “너 같은 아이라서 공부를 해야 하는 사람”이 맞았나 봅니다.

정민 선생님의 한시가 오랜만에 곳곳에서 느껴져 좋았고, 글에는 글쓴 사람이 묻어난다더니 저자가 얼마나 사람을 아끼는 사람인지 전해져 더욱 좋았습니다.

이 책은 공부가 두렵고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이에게, 그리고 그런 아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와 교사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또한, 빠른 성과와 결과에 지쳐 ‘왜 공부해야 하는지’ 다시 묻고 싶은 이들에게도 조용히 건네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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