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전하는 초록빛 공감의 단어
우종영 지음, 조혜란 그림 / 흐름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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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뒤, 제초제와 살충제 같은 화학물질의 위험성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서서히 그 심각성을 깨닫고 관련 법을 제정했지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적어도 살충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착각을 지워내고,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당시처럼 무지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환경을 마치 소유물처럼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개인의 편리 앞에서 작은 환경오염쯤은 눈 감아 버리는 일도 흔합니다.

《나는 나뭇잎에서 숨결을 본다》의 저자 우종영은 ‘나무 의사’입니다.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말 없는 나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자연이 전하는 메시지를 우리의 언어로 기록해온 작가이기도 하지요.

이번 신간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환경 문제 앞에서 무엇에 주목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저자는 “만약 미래의 과학자들이 과거로 돌아가 세상을 바꿀 단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라는 상상을 펼치며, 그 해답이 바로 생태 감수성을 키우고, 생태 언어를 풍부하게 사용하는 것임을 제합니다.

[언어를 디자인 하라_박용후]에는 언어의 개념에 대한 다양한 주제가 나옵니다. 아무리 위대한 생각도 개념이 없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하며, 신념을 표현하는데도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개념의 축적은 언어의 해상도를 높여줍니다. 언어의 해상도가 높을수록 세상을 스크린에 출력하듯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언어가 존재하는 만큼이 생각의 수준이라면, 언어가 확장되면 생태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사고 또한 확장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방향에서 저자의 말대로 생태감수성에 관한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대한 일인지 깨닫게 되고 맙니다.

인간에게는 상상의 힘이 있습니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이름을 불러주면 의미가 된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공감을 넘어 대상이 되어 감응하고, 그 대상이 되어보는 일은 인간이기에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일체화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자연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30년을 말 없는 환자를 이해하고 돌보았습니다. 그는 나무의 뿌리와 잎사귀, 그리고 그 주변의 환경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상상하고, 이해하고, 마침내 나무와 일체화되는 경험을 해왔을 것입니다. 그렇게 쌓여온 시간은 고해상도의 언어로 응축되어 책 속에 담겼습니다. 그 언어 속에서는 마치 스크린이 펼쳐지듯 생생한 장면이 그려지고, 저자가 펼쳐 보이는 이 세계를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책은 ‘생, 태, 감, 수, 성’ 다섯 글자를 주제로 각 장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장의 큰 틀을 주제로 한 저자의 개념어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과학자적인 지식과 언어학자의 섬세함, 작가적 상상력, 생태학자의 자비가 고루 녹아있습니다. 술술 넘어가면서도 어느 순간 멈추어 자꾸 곱씹게 되는 힘이 있습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표지의 부드러움, 조혜란 님의 생생한 삽화까지도 저자가 하는 말을 얼마나 귀담아들어 표현하고자 했는지, 진심이 느껴지는 귀한 책이란 느낌이 듭니다.

다만 책의 풍성한 내용을 제 글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아, 독자로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 책을 직접 읽어보며 저자가 전하려는 생태 감수성의 언어를 스스로 체험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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