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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ㅣ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평점 :

나에게 사랑은 언제나 어려운 주제였다. 내가 과연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 또 사랑받을 만한 사람인지 스스로 의심하곤 했다. 그런 내가 인격적으로 성숙한 배우자를 만나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나는 여전히 배우는 중이지만, 분명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 책은 나처럼 사랑이 쉽지 않았던 엮은이 이근오가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랑을 새롭게 풀어낸 책이다. 프롬의 대표 저서인 『소유냐 존재냐』, 『사랑의 기술』, 『자유로부터의 도피』의 핵심 내용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구성해 총 8장으로 엮었다.
1장 소유에 지배당한 인간
2장 사랑의 종류
3장 어떤 사랑을 해야 하는가
4장 성숙한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5장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
6장 사랑을 왜 배워야 하는가
7장 사랑하는 법
8장 이별
나는 예전부터 에리히 프롬을 ‘사랑의 기술’을 쓴 철학자로 알고 있었지만, 그의 저서는 왠지 어려울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박찬국 교수님의 『사랑의 기술 읽기』를 접하게 되었고, 아이를 키우며 막연히 느껴왔던 생각들이 명확한 언어로 정리되는 경험을 했다. 인간이 느끼는 합일(연결)의 욕구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 계기로 프롬의 말들을 새롭게 엮은 『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를 읽게 되었다.
책의 첫 부분은 『소유냐 존재냐』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철학 개념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었다. 소유와 존재의 삶의 방식은 학습, 대화, 독서, 믿음과 권위 등 모든 영역에서 극명하게 차이를 드러낸다.
삶은 무엇을 ‘이루는 것’보다 ‘되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인생은 정해진 목표에 도달했을 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목표를 향해 어떤 태도로 나아가는가에 따라 또 다른 꿈을 찾고 계속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나는 픽사 직원들이 커피를 내리는 순간조차 ‘이 한 잔이 영화에 기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것이야말로 존재로서의 삶을 사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태도를 내 삶에도, 또 내 주변에도 확장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존재는 경계심, 생동감, 반응성을 요구한다.”
엮은이는 프롬의 문장을 깊이 해석하며 우리에게 전한다. 존재란 자각하고 느끼고 사고하며 행동하는 삶의 태도라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인간답게 사는 방식이다. 설령 제자리걸음 같아 보여도 그 안에서 작은 깨달음이 있었다면 그 움직임은 결코 헛되지 않다.
나는 이 해석을 읽으며 지금 나의 삶의 태도를 점검하게 되었다. 지쳤다며 아이들의 부름에 반응하지 않거나, 감정을 억누르려 했던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된 것이다.
존재의 관점에서 꿈을 바라보면, 꿈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게 된다. 또한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어디에 도착하는지가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행복하고 다치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삶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곤 한다. 언젠가 아이가 꿈 때문에 흔들릴 때, 프롬의 말을 빌려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꽃을 사랑한다고 말하고는 꽃에 물 주는 것을 깜빡한다면,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사랑도 이와 같다.”
"사랑이란,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의 삶과 성장에 대해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능동적 관심이 없다면 사랑도 없다. 이는 모든 형태의 사랑에 공통된 것이다. 그것은 사랑의 기본 요소이며, '보살핌, 책임, 존중,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프롬은 성숙한 사랑에는 네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고한다. 돌보고 책임지며, 존중하고 이해하지 않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나의 사랑은 아이라서 책을 읽는 내내 아이들 생각을 참 많이 했던것 같다.
엄마로서 부족하고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나의 아이들을, 제대로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이해하고, 보살피고, 성장을 돕고, 사랑한다고 티내고, 져주며 그렇게 사랑해줘야지.
늘 이해하고, 응원하고, 져주는 배우자의 성숙한 사랑에도 감사하게된다.
연인간의 사랑을 통해 우리는 나를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가장 깊은 연결을 배우게 되기에, 이 책은 연애를 시작하거나, 연애가 잘 풀리지 않는 젊은 청춘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고싶다.
그리고 사랑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사랑이 제대로 된 사랑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