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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가 된 간호사 박자혜
박세경 지음, 유기훈 그림 / 낮달 / 2025년 4월
평점 :

『독립운동가가 된 간호사 박자혜』는 오랫동안 단재 신채호의 부인으로만 알려졌던 박자혜를 독립운동가로서 조명하는 귀중한 책입니다. 여성, 간호사, 어머니라는 여러 정체성을 지닌 인물이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대 속에서 어떻게 민족의 독립을 위해 살아냈는지를 담담하지만 진심 어린 시선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궁녀로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 수 있었던 그가 출궁을 계기로 신식 교육을 받고, 간호사라는 전문직을 선택하며 스스로 삶의 방향을 바꿔나가는 모습은 인상 깊었습니다. 3·1운동 당시 간호사들을 모아 ‘간우회’를 조직하고 조선총독부 의원을 박차고 나온 결단은 한 사람의 분노가 어떻게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후 중국으로 망명해 옌징대학 의학과에 편입하고, 심지어 여자 축구부를 창단하며 여성의 목소리를 키운 추진력은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에 깊이 남은 건, 박자혜가 단지 신채호의 아내가 아니라 독립운동가로서 본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는 점입니다. 나석주 등 독립운동가들에게 의거 장소와 숙식을 제공하며 독립운동의 실질적 기반이 되어준 그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말년까지 일제의 감시와 고통 속에서도 조산원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고,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그 삶은 말로 다 담기 어렵습니다.
유관순, 남자현 등 몇몇 여성 독립운동가 외에는 잘 알지 못했던 현실 속에서, 박자혜라는 인물을 알게 된 것은 큰 의미였습니다. 책의 서술은 차분하지만, 중요한 사건마다 작은 보라색 글씨로 각주가 달려 있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돕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을 잘 알면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겠지만,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시대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독립을 꿈꾸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내신 조상들께, 이 책을 읽고 더욱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박자혜라는 이름 역시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