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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 꿈의지도 / 2025년 2월
평점 :

20대 중반, 친구와 단둘이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은 내 삶에서 잊을 수 없는 전환점이 되었다. 마치 막다른 길에 다다른 듯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떠난 여행이었지만, 그 여정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평온함과 소소한 행복, 그리고 고즈넉한 시골의 여유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최근에 읽은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은 2016년 출간된 유피디의 독일의 발견을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재구성한 것으로, 2025년 2월에 출판되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마치 다시 독일의 소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독일의 복잡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소도시를 만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신성로마제국이라는 거대한 연합체 속에서 독일 땅은 800여 년 동안 수백 개의 작은 나라로 나뉘어 있었다. 각 나라마다 군주와 수도가 존재했으며, 이로 인해 독특한 궁전과 저택, 웅장한 성당과 교회가 자리 잡으며 독일 소도시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독일의 소도시들은 한때 작은 왕국의 중심지였고, 지금은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여행지가 되었다.
책은 독일 남부, 서부, 동부, 북부로 나뉘어 소도시들을 소개한다. 페이지를 넘기며 오래전 다녀왔던 도시들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오래되어 이름조차 희미했던 곳들이 이제는 또렷한 모습으로 떠오른다. 퓌센, 다하우, 뮌헨, 마르부르크, 쾰른, 프랑크푸르트… 저자가 말한 대로, 각각의 도시는 저마다의 개성과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퓌센에서는 울창한 숲길을 따라 성으로 오르며 자연이 주는 치유를 경험했고, 다하우에서는 역사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며 과거를 기억하려는 독일인의 태도를 배웠다. 뮌헨은 내가 상상하던 ‘진짜 독일’의 모습 그대로였고, 마르부르크에서는 책 속 묘사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풍경 속에서 그날의 싸늘한 공기와 오래된 건물 사이로 불어오던 바람을 다시 떠올렸다. 쾰른 대성당에서는 끝없이 이어진 계단을 오르며 숨이 차올랐던 순간과, 성당 앞 광장에서 마주했던 웅장한 건축물의 위용이 잊히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길을 헤맬 때마다 다가와 도움을 주려던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떠오른다. 지도를 펼치자마자 관심을 보이며 길을 알려주려 했던 청년, 작은 친절에 당케쉔 하며 감사를 표하던 아주머니, 호텔 바에서 여행객에게 맛있는 술을 사주던 현지인까지. 그들의 친절함 덕분에 여행은 더욱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봄바람이 불어오니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배낭을 꾸려 독일로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다. 저자가 묘사하는 골목과 광장, 가보지 못한 독일의 수많은 소도시들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며,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언젠가 다시, 그때의 설렘을 안고 독일 소도시를 여행할 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