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소진해버린 듯한 위기감이 휩싸였을 때 필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필사는 낯선 단어를 눈에 익히고, 짧고 긴 문장 사이의 리듬과 평범한 장면을 남다르게 하는 묘사를 눈여겨보고, 이윽고 문장의 구성까지 이해하게 됩니다.

문장을 차곡차곡 몸과 마음으로 저장해둔 것을 "기근을 대비하여 곳간에 곡식을 그득하게 쌓아놓는 농부의 마음"이라 표현한 부분이 웃음 짓게 만듭니다.

저자는 필사가 이론과 실전의 가교 역할을 해주는 유용한 도구라고 말합니다.

이 책은 필사가 왜 이론과 실전의 가교 역할을 하는지, 간단한 이론을 설명한 후 그에 해당하는 문장을 솎아 구성해 놓았습니다.

전체 4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글쓰기의 핵심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순서대로 살펴보기를 권하고, 기초부터 탄탄히 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파트 2부터 읽고 기본을 다진 후 파트 1로 돌아와 핵심을 익힌 뒤, 파트 3, 4를 둘러보며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위한 조언을 얻는 것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각 파트별로 에세이를 통해 왜 그러한 글을 써야 하는지, 그러한 글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이러한 글쓰기를 하는 저자들의 글을 맛깔나게 소개하며, 너무 궁금해서 얼른 따라 써보고 싶게 만드는 저자의 필력도 이 책을 계속 써 내려가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과한 욕심을 내지 않도록 당부도 빼놓지 않습니다.

필사 내용으로 들어가서는 초록 글씨로 우리의 이해를 돕거나, 해볼 수 있는 글쓰기 등의 여러 팁들을 적어두어 추가적인 글쓰기를 돕고 있습니다.

저자의 스승님은 단 한 명의 독자를 상상하며 글을 쓰라고 가르치셨다고 합니다.

"모두를 위한 글은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지만, 단 한 명을 위한 지극한 글은 뭇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다"면서요.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만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는 일에 치여 글쓰기에 손을 놓은지 오래되었지만 필사라는 작은 움직임으로 내 안에 숨어 있는 감각을 일깨워 멋진 글을 써보고 싶은 서른 살의 지적인 여성"을 위해 작성한 이 책은 서른 살의 지적인 여성을 빗겨 섰지만 나의 마음에 파고들었습니다.

골라낸 문장들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합니다. 저자의 소개로 읽고 난 글들은 혼자 읽을 때보다 더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글처럼 느껴집니다.

필사를 하며, 한 문장을 곱씹으며 써 내려간 글은 마음을 두드려 전문을 찾아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어휘력, 맞춤법, 문장 부호, 문장력까지 한 권에"라는 표지의 문구처럼 부록을 통해 문장 부호의 사용법과 자주 틀리는 맞춤법까지 제공되어, 필사에서 글쓰기로 넘어가기까지 충분한 연습이 되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필사책 답게, 내용을 넘어서 기능적인 면도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누드 사철 제본이라는 노출형 제본을 통해 책의 면지가 180도로 펼쳐져 글씨를 쓰면서 걸림이 없어 좋았습니다. 실로 튼튼히 엮여있으니 노출된 책등으로 인해 뜯어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좋고, 책장에 꽂아 두었을 때는 책의 서지가 표지를 대체하니 보기에 불편함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필사라는 작은 움직임으로 내 안에 숨어 있는 감각을 일깨워 멋진 글을 써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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