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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쫌 아는 10대 -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다양성의 힘 ㅣ 과학 쫌 아는 십대 20
김성호 지음, 도아마 그림 / 풀빛 / 2024년 10월
평점 :
오늘 만난 동물과 식물 내일 또 만날 수 있을까?
책의 뒤표지에 적힌 말이다.
내가 죽기 전까지 몇 번의 계절을 도는 동안, 그동안 누렸던 제철 음식을 몇 번이나 마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길고 뜨거운 여름을 견디며, 기후 변화를 요즘처럼 가깝게 체감한 적이 없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생태계가 무너진다는 말을 얼핏 들었는데, 올해는 우리 동네에도 꿀벌이 현저히 줄어든 느낌인데 괜찮은 걸까?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한 가지 종이기에 감염병이 돌면 더 이상 바나나를 먹을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말은 모두 사실일까? 앞으로 자연은 어떻게 변화할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러한 고민을 생물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설명하는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쫌 아는 십대 시리즈 중 과학분야에 속해있다.
위에 열거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지구의 건강을 위협하는 많은 것들 중에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지엽적인 사건들이다.
저자는 "지구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잣대는 딱 하나, '생물 다양성'"이라 말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생물 다양성은 종 다양성, 유전자 다양성, 생태계 다양성의 세 가지 다양성을 합한 표현이다.
이 책에서는 지구 전체와 우리나라의 다양성의 현실을 짚어주고, 발현되는 현상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돌파구는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다양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종 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는 먹이사슬이 얽혀 먹이 그물을 이루므로 특정 종이 사라져도 먹이 사슬 구조 자체가 지닌 힘이 균형을 맞춘다.
유전자 다양성이 높은 집단은 변이가 다양하게 나타나서 전염병이 돌거나 물리적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더라도 적응하여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생태계가 다양할수록 종 다양성과 유전자 다양성도 높아지며, 서식하는 생물의 활동으로 생태계 자체도 변화하여 다양성이 높아진다.
이 세 가지 다양성은 서로 맞물려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며 책을 읽어가다 보면, 내가 궁금했던 꿀벌이 사라진다면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꿀벌은 지구 전체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녔다는 저자의 말에 어떻게?라는 의문이 따라온다.
백악기에 등장한 꿀벌로 인해 겉씨 식물에서 속씨식물의 번식이 유리해지고, 번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속씨식물은 현재 육상식물의 약 95%를 차지하며, 이 속씨식물로 음식, 의약품, 의복, 건축자재 등으로 활용하며 육상 생태계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꿀벌과 인간이 맺은 관계가 무너지고 있고, 꿀벌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할 뿐 꿀벌 못지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과학으로 보는 생물 다양성은 모든 생명은 그 존재 자체로 존귀하며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홀로 설수 있는 인간이 없다는 말, 너무나 당연하듯이 홀로 설수 있는 생물 또한 없다. 어떤 종의 멸종이 그 종의 일만이 아니듯 우리는 모든 것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나의 삶에서부터 지금보다 더 큰 변화와 실천이 수반되어야 함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저자는 생물학과와 의과대학교수로 27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생태계에 관한 여러 과업을 수행하고, 딱따구리보전회 공동대표로서 우리 땅의 생명 지킴을 실천하고 있다.
지식을 지식으로 두지 않고 삶으로 실천하며 보여주는 저자의 이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강의하듯 구어체로 설명되어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재미있게 느껴지면서도, 글의 논리 구조가 명확하여 자연스레 이해가 뒷받침되었다.
또한 그림작가 도아마의 귀여운 그림은 글의 이해를 높이는데 크게 일조한다.
과학적인 사실로 깨닫는 앎과 연결된 세상 속에서 존재의 가치를 느끼며,
그렇기에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자연스레 피어오를 것이다.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독서 후 생명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분명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 확신하기에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