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정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막상 내 입에서 나가는 말은 아이의 귀로 가서 잔소리가 된다.
아이와의 관계를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아이의 삶에 도움이 되는 대화법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초등 생활 처방전 365, 초등 생활 6년을 책임지는 종합 백과사전 같은 책을 보고 선생님께 참 많은 도움을 받았다.
마침 이서윤 선생님의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기쁘게 읽어보았다.
이 책은 2부로 나누어져 1부에서는 공부에 앞서 공부 정서가 수반되어야 하는 이유, 부모의 마음가짐, 공부 정서 키우기,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공부를 시키는 법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공부 정서를 해치는 부모의 말 30가지를 꼽아 우리가 쉽게 저지르는 말실수 속에서 이전까지 자동반사적으로 나온 반응을 잘라내고 새롭게 취해야 할 행동지침을 알려주고 있다. 멈추어 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수고를 먼저 인정하는 등 그런 말이 나온 원인과 이유를 헤아리고 진정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하기 위한 행동을 수정하게 만들어준다.
이 책에서 선생님은 아이를 향한 단순한 말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을 알게 하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공부를 대하는 부모의 유형이 아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점검하게 만든다.
부모 자신의 메타인지가 바로서지 않을 경우, 잘못된 현상 파악이 전혀 엉뚱한 설루션을 만들고, 바뀌지 않는 상황에 아이와 부모가 서로의 대척점에서 화를 겨누게 만든다.
나 역시 "원하는 만큼 먹는 자식의 욕구보다 자식을 위하고자 하는 부모의 욕구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라는 선생님 말씀처럼, 나의 욕구가 아이의 욕구보다 우선하거나 아이의 욕구를 들어보려 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앞으로 내릴 판단에 앞서 일시정지의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또한, 아이의 행동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전에, 충족되지 않은 욕구나 주관적 해석으로 인한 오해가 있음을 인지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대화를 나누면 창과 창이 만나는 상황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릭슨의 발달 이론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발달 과업은 근면성을 길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초등학생에게 공부는 단순히 공부뿐만 아니라 성취하여 근면성을 획득하고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자존감을 형성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긍정적 자아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아이에게 적당한 성취 압력과 공부 과정에서 배움과 성장을 경험하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공부 정서를 해치는 부모의 말 30가지가 대표로 열거되어 있다.
"그러니까 엄마 말 들으라고 했지?"부터 "엄마가 꼭 화 내야만 말을 듣니?", "한 번만 더 그러면 스마트폰 압수야!", "다른 애들은 학원에 더 많이 다녀", " 다음에는 노력해서 100점 맞자", "도대체 왜 그러는데?", "너 같은 자식 낳아서 똑같이 당해봐"까지 다양한 일상의 언어가 들어있다.
이 정도는 다 말하지 않나? 노력하라는 게 문제야? 같은 생각이 드는 말도 있으나, 그 말의 기저에 깔린 부모의 마음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아이에게 전한 화살이 발밑에 수두룩 쌓였을까 미안해진다.
"말은 생각을 담습니다. 아이에게 하는 말은 내 생각을 전달하는 그릇입니다. 비록 누구보다 내 아이를 사랑할지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65p
이 말에 공감하는 부모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봐야 한다.
부모가 배워야 한다는 사실, 부모가 배우는 노력을 하는 모습으로도 아이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