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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퀸의 대각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평점 :

전략 게임이라고만 생각하던 체스, 아주 어릴 때 한두 번 해본 적이 다라 그 룰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체스를 표지로 내세운 책을 읽어보려 한 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이전 소설들을 통해 그런 배경지식이 부족해도 충분히 흥미롭고 금세 몰입하여 빠져든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역시나 초반부터 충격을 펑펑 터트리는 작가의 스토리텔링은 나를 오랜만에 책 속으로 몰입시킨다.
얼굴로도, 체스 말의 퀸처럼 보이기도 하는 책의 표지처럼 두 명의 여자는 극단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홀로 있는 것이 무엇보다 두렵고, 집단 지성의 힘과 연결을 중요시하는 니콜>
<집단의 어리석음을 혐오하며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양 극단에 서있는 두 여자는 각자의 삶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일으킨다.
이때, 나이 때문인지 나라면이라는 생각보다는 내 딸들이 이런다면?이라는 상상을 하게 됐다.
나는 이들 부모처럼 아이에게 맞는 대처를 절대 할 수 없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올라옴과 동시에, 부모로서 아이를 이렇게 지켜봐 주는 방법도 있구나 하는 것을 배우기도 했다.
초반의 사건들은 이 아이들을 깊이 이해하게 하고, 이들이 앞날을 궁금하게 만든다.
소설에서 영특하지만 영악한 두 아이들의 부모님은 각자의 성향에 맞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도록 체스를 권한다.
집단 속에서 힘을 믿는 니콜은 폰을 장벽처럼 세워 몰아붙이고,
창의력과 독창성을 가진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는 퀸을 활용한다.
두 소녀는 체스를 통해 전략과 철학을 갈고닦는다.
1년의 사건을 돌아보며 현상을 분석하는 모습은 같으면서도, 그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처럼 그려지는 체스대회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인식하게 되고, 작은 사건과 함께 대회는 끝난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두 여자는 생각의 방식으로 인해 벌어지는 각자의 고통을 경험하고, 고통의 해소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처리해 나간다.
인생의 고비를 넘기며 다시 찾은 체스판에서 승기는 모니카에게 넘어갔지만 지난 체스대회에서의 복수를 당하고 만다.
이 시점에 각자의 인생에 세계라는 새로운 체스판이 열리게 된다.
과거 시점부터 현재까지 그녀들의 전략과 복수는 잔혹하고 예리하다.
그럼에도 생각의 진행과정들과 국제 정세의 배경 속에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심장을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다.
스스로 매몰된 생각 속에서 복수를 멈추는 순간까지 두 사람의 인생에서 서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개인의 재능과 집단지성, 극단적인 것 같으면서도 이 두 가지는 공존할 때 가장 좋은 선택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방면으로 보게 하고, 빠져들어 관찰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무더운 여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뛰어난 이야기 속으로 휴가를 다녀오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