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 찬란한 생의 끝에 만난 마지막 문장들
한스 할터 지음, 한윤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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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의사 겸 작가이다. 병원 근무 이후 슈피겔의 저술가 겸 리포터로 활동했다. 저자는 전공을 살려 의학, 과학 분야의 기고문과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병원에서 인턴으로 일할 당시 환자에게서 들은 마지막 말, "견딜 만합니다."라는 유언을 듣고는 그 말이 당시의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라, 일평생 그의 삶을 대변하는 말인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써 내려갔다.

저자는 이를 통해 누군가의 마지막 문장 장속에는 평생의 삶과 행동, 가치관이 농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이후 수십 명의 생애와 유언과 관련된 자료를 몇십 년간 추적하고 수집한 결과물을 이 책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고 있다.



이 책의 처음은 붓다가 나온다.

책 속에서 붓다의 마지막 말은 이와 같다

태어나는 모든 사물은 덧없으며 언젠가는 죽음에 이른다.

사람은 오감으로 느끼는 모든 것을 욕망으로 투영한다.

모든 것은 덧없으니 욕심도, 집착도, 질투도 다 무의미한 것이다.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지금 나를 아프게 하는 어떠한 집착과 욕심들도 죽음 앞에서는 덧없는 것일지 모른다.

찰스 다윈의 마지막 말은 이러하다.

나는 죽음 앞에서 일말의 두려움도 갖고 있지 않다.

신학을 수학하고 성직자가 될 수도 있는 다윈이 평생에 걸쳐 발표하기까지 고뇌하게 만들었던 종의 기원은 다윈이 죽기 바로 전에 완성되었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종교에 반하는 주장을 하기 위하여 그는 많은 고뇌 끝에 죽음에 이르러서야 책을 완성했다. 아마도 그에 대한 반발까지도 모두 예측했음에도, 이 책을 써내야만 했던 다윈에게는 이것이 소명이 되었을 것이다. 그 길에 두려움은 없었다.

쇠렌 키르케 고르의 마지막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범죄를 통하여 태어났네.

나는 신의 뜻을 거른 채 만들어졌다네.

그러니 나의 생명을 앗아가다오!

모두가 탄생을 축하할 때, 나는 환영받지 못한 존재로 태어나 평생을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면, 그는 행복할 수 있을까. 그의 영혼을 위해 존재를 축복해 준 사람이 주변에 없었던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스스로의 존재를 의심한다면 살아가는 이유 또한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타인이 해줄 수 없다면 스스로 자신을 어루만져야 한다.

사람은 모두가 죽지만, 모두 살아갈 존재의 가치가 있다.

콘라드 아데나워, 독일이 정치가이자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총리이다.

그의 말은 어떠했을까?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단다.

다사다난했던 젊은 시절을 지나 91번째 생일을 넘기고, 가족들의 품 속에서 남긴 그의 말은 생의 기쁨과 평화와 감사를 누리고 떠나는 사람의 말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떤 삶을 살았느냐가 나의 마지막을 평온케 하기도, 마지막까지 집착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느꼈다.

<문학이라는 위로_은 현희>에서 보았던 비문과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죽어서 비문을 고쳐 쓰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는 언제 죽을지 모르지만, 늘 죽지 않고 계속 살 것처럼 일상을 살아간다.

내게 죽음을 부르는 사건 사고는 생기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노년의 언젠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것처럼.

그러나 세상에서 사건 사고는 수없이 많이 일어나며, 아이를 키우면서는 하루하루 내 품으로 돌아온 아이가 기적 같다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아직 죽음은 나에게 먼 일처럼 느껴진다.

생각해야만 한다. 내일 당장 내가 죽음을 앞두었을 때, 지금 내가 하는 일에 후회는 없는가? 나는 어떤 것을 가장 우선하는 가치로 두는가.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삶을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 말을 통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싶을 때, 삶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싶을 때, 삶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고 싶을 때 읽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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