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아침에게
윤성용 지음 / 멜라이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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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코 나를 살아가게 만드는, 친애하는 아침에게'라는 말에 어느 한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삶이 힘겨웠던 그때,

나에게 약간의 사고가 일어나기를 바라던 그때

다시 뜨는 아침해가 나를 비추지 않기를 바라던 그때

그럼에도 기어코 나를 살아가게 했던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습니다.


윤성용

서울에서 태어나 강릉에서 자란 사람

2019년부터 뉴스레터 엑스와이조르바를 보내고 있다.

https://naver.me/GUDfqj4W




지친 일상에서 매일의 기쁨을 찾아내는 책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마음을 일깨우는 책

볕이 드리우는 창가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경쾌하게 시작하는 아침을 떠오르게 하는 책

무더운 여름 흠뻑 젖은 땀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오소소 날아가 버리는 청량한 느낌이 드는 책입니다.




나의 생각


1장 아침을 닮은 당신에게

1장에서는 아침이 건네준 위로와 힘, 그리고 나에게 들이는 정성의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아침을 닮은 음악과 사람, 그런 사람들을 위해

작가의 방식으로 건네는 선물 같은 위로.

나 역시 힘들었던 그때 듣던 음악들이 떠올랐다.

김광민의 피아노 곡과 브로콜리너마저의 음악들을 들었다. 아침을 닮은 친구는 음악을 보내주고는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음악을 들으며 채팅창 위로 가사를 써 내려갔다. 한 줄 한 줄 올라오는 가사는 그녀의 노랫소리 같았다.

그녀가 위로의 말을 건네지 않고 토닥여주는 그 순간들이 그때의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저자는 이렇듯 희망과 기쁨을 일깨우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오감으로 우리 손에 담아준다.

저자의 사랑스러운 자녀 윤슬이 태어나던 때의 순간엔,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을 만나던 순간의 감각이 다시 깨어나는 듯했다.

나의 아침을 기대하게 하는 사람들.

"당신에게도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2장 나를 설명하는 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지점에선가 나를 알지 않으면 안 되는구나 느끼는 시점이 온다.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있는 일들을 소개한다.

취향이 없는 밋밋하고 따분한 존재였다고 과거를 이야기하던 저자는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명징하게 이야기 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은 나의 온 에너지와 정성을 쏟는 일이기에 저자의 시행착오에 공감이 된다.

3장 울음은 내일을 살아갈 준비가 된다

글 속에서 저자의 아픔이 고통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것은 저자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 순간들 앞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마음으로

희망과 나아감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울어도 괜찮다고 토닥이며

그 시간들이, 벌어졌던 그 일들이

결코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고.

다시 우리가 살아갈 힘은 그 안에서 카이로스의 시간을 일깨우고 존중하는 것임을 알려준다.

4장 마음과 마음들

마음은 존재와 존재가 마주했을 때만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손 편지를 받은 것만 같은 책이라고 느끼며 읽어가던 도중

정말로 편지를 받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고는 책장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자신에게 편지를 썼지만,

나 역시 그 편지를 읽고 위로받았다.

그리고 나 역시 나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본다.

살아있다는 감각은 고립된 생각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타인을 위해 행위 할 때, 비로소 우리 안에 불안을 무찌르는 힘이 마련된다.

저자에게 위안 받고, 나 역시 마음을 전달한다.

당신에게도 위로가 되었기를.


또한 아침은 하루를 살아내기 위한 준비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아침은 안정적인 삶의 기반이 된다. 나는 반복적인 아침 의식을 통해, 처음 맞이하는 오늘도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몸에 되새긴다. 그렇기에 매일 동일한 아침을 보내는 일은 오늘도 어제와 같이 평온하고, 어제와 갈이 행복하고, 어제와 같이 용기 낼 수 있기를 바라는 기도가 된다. 오늘도 무사하기를. 무사히 지나기를.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지도 받지도 않기를. 그런 염원을 새기는 일은 다분히 일상적이고 반복적이다.
- P19

당신의 아침에 보사노바를 선물하고 싶다. 산들바람처럼 부드럽고 느긋한 멜로디가 당신의 기분을 어디로든 데려갔으면 좋겠다. 구겨진 미간을 펴고 햇살 가득한 미소를 지었으면 좋겠다. 아침을 닮은 당신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단지 이 정도뿐이라서 - P24

여전히 나는 잠이 많은 편이지만, 예전에 비하면 오래도록 자는 날들이 줄었다. 일어나야 할 이유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침 안부를 문고 싶다, 따뜻한 밥을 해먹이고 싶다, 편지를 쓰고 싶다, 날씨를 알려주고 싶다. 등을 토닥이고 싶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기를 소원하고 싶다, 그렇게 누군가를 향한 작은 바람들이 나의 몸을 일으켰다. 이제 나는 깊은 잠에 들어 심연에서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 내 결에 있는 사람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이겨내는 법을 배웠다.
- P27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이불을 마치 내 삶의 모양인 것처럼 여겨왔던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어질러진 이불은 가만히 내버려 둘 수가 없다. 먼지를 털어내고 최대한 깔끔하게 선을 맞추고 멀끔하게 매만져야 한다. 그렇게 반듯하게 정리된 이불은 오늘 하루도 평온하게, 내가 바라는 대로 지나갈 것이라는 암시가 된다
- P32



책을 펼치면 한 페이지라도 읽게 된다. 내가 읽은 한 문장이 그날 하루를 바꿀 수도 있고, 그 하루가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나는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했고 그것은 항상 좋은 방향으로 날 이끌었다.
- P43

아침에 쓴 일기는 비교적 맑고 명랑하다. 거창할 것도 없다.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가볍게 메모한다. 아무런 필터 없이 문장 호응도 신경 쓰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고 편안하게 쓴다. 그런 일기들이 나중에 좋은 글감이 된다. 예를 들어서 ‘출근길에 아내가 챙겨준 손난로가 따뜻하다. 온도 이상의 따뜻함이 손과 팔뚝, 어깨를 지나 몸 전체로 퍼진다. 그 온기가 나의 하루를 지지한다.‘라고 쓴다거나 ‘우리가 사랑을 느끼는 순간은 터무니없이 작고 보잘것없을 때가 많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캔커피를 두 개씩 들고 만난 그날 오후처럼.‘이라고 쓰는 식이다.
- P45

작고 간단한 기쁨 하나를 발견했다
- P51

앞으로 제 삶 속에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을 잔뜩 마련하고 싶어요. 마치 커다란 선반을 좋아하는 물건으로 가득 채우는 것처럼 하나씩 쌓아가는 거예요. 그러면 내일이 너무 궁금해서, 내일의 내가 너무 기대되어서, 어서 아침이 오기를 바라게 될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한결 더 살아 있는 존재가 될 거예요
- P54

오늘 아침에는 아스팔트 위에서 봄별을 발견했다. 그것은 분명 봄볕이었다. 겨울의 볕과 봄볕 사이에는 선명하게 구분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햇빛의 색감과 온도, 공기의 습도와 냄새, 길 위에 반사되는 정도, 내리쬐는 기운, 그 아래서 사람들이 걷는 속도와 표정은 사뭇 다르다.



봄볕 아래에서는 천천히 걷게 된다. 봄볕 아래에서는 밝은 노래를 듣게 된다. 봄볕 아래에서는 더 작은 것들을 살피게 된다. 봄볕 아래에서는 지나간 사람보다 다가올 사람을 생각한다. 길고양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불안도 봄볕 아래에서는 가만해졌다
- P79

이야기를 상상해 보라고,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누군가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펜을 들고 적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냐고, 그것도 안산에서 올라와 서울 인사동을 구경하던 중 문득 자신의 가게 전화번호를 써야겠다고 떠올린 그 마음을 헤아려 보라고 말이다. 그는 사진이란 단편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그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사진을 찍으려면 익숙한 풍경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작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을 나는 지금도 연습한다.
- P87

마음의 상태나 마음의 수준에 따라서 우리는 그때마다 다른 세계에 산다. 내가 명랑한 세계에서 살아갈 수는 없더라도 가끔 여행 정도는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 P103

부정적인 문장 뒤에 ‘그럼에도‘를 붙여보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었다. 접속사 하나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 P115

좋은 글을 쓰면 좋은 사람이 된다. 글은 생각이기도 하고 말이기도 하며, 동시에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 P116

삶이란 세우고 무너지고 다시 세우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쓰러지고 좌절한다. 그럼에도

다시 몸을 일으켜 더 단단한 마음을 쌓아 올린다. 상처는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된다. 절망은 다시 시작할 용기가 된다. 자기혐오는 자아를 새로운 단계로 이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울음은 내일을 살아갈 준비가 된다.
- P143

애초에 잡초는 없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유도 없이, 때와 장소에 맞지 않게 피어난 풀들을 잡초라고 뭉뚱그려 말하고는 한다. 하지만 모든 꽃과 풀에는 이름이 있으며, 각자 고유의 형태와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의 어느 시인은 잡초를 ‘그 가치가 아직 발견되지 않는 식물‘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은 나 자신을 잡초로 여기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만약 모든 꽃과 풀에는 제각기 이름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어떤 풀들은 그저 가치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걸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시절을 조금은 수월히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 P165

내 팔다리에는 오랜 피부병으로 상처와 흉터가 있다. 또또는 가끔 내게 다가와 다리에 있는 상처를 핥아준다. 그것은 마치 예전에 할아버지가 생채기가 난 내 다리에 빨간약을 발라주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동물적인 본성에서 나온 행동이겠지만 ‘나는 이 노견에게 보살핌을 받는 존재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 P205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삶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다와 같은 방식이었으면 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끌어안아 줄 것, 조급하지 않을 것, 어설픈 조언도 성급한 위로도 없이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봐 줄 것,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언제까지나 가만한 마음으로 기다려 줄 것.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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