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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작가 정혜영
23년차 초등학교 교사
어린이들의 문장과 세계를 통해 세상을 조금 더 너그럽게 바라보기를 바라며
아이들과 함께한것, 아이들에게 배운 것들을 글로 남기고 있다.
저서 <본캐가 2학년 담임입니다>
브런치 brunch.co.kr/@gruzam47
이 책은?
제 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한 원작 <어린이의 문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저자가 2학년 담임을 맡는 동안 아이들의 글과 그 글을 통해 느낀 사유를 적은 에세이.
가볍게 넘어가지만, 그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은 다정한 37도의 온기를 가진 책이다.
딱 내 첫 아이의 나이인 9살. 2학년.
그 세계를 들여다 보기를 희망하는 어른들, 삶이 고되어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힘이 되어줄 책이다.
구성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2부. 지루한 매일을 찬란하게 사는 법
3부. 바람 빠진 내 마음 다정 불어넣을 시간
책 속의 문장
59p 친구의 글을 보고 질문할 때는 틀린 부분을 말하지 않고 오로지 궁금한 것만 질문하기로 아이들과 미리 약속했다.
61p 아이들에게 길게 쓰라고 할 때는 길게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63p '예쁜 것'과 '예쁘지 않은 것'으로 기준을 잡아 정리했다간 누구하나 자신과 똑같이 신발장 정리를 한 친구가 없음을 알게된다. 그렇게 분류상의 '좋은 기준'이란 '누가 해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기준'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64p 기준을 잡고 줄을 서는 일련의 행위가 잡아먹는 시간이 이렇게 많을 줄 겪어보고야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은 자주 나의 예상 밖에 사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66p 불만족스러운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연습한다. 그것으로 더 나아진 자신과 마주친다면 기쁨이요, 설혹 드라마틱하게 나아지지 않더라도 연습 과정에서 스스로에 대한 큰 믿음이 생길 것이니 이는 더 큰 축복이 될 터다.
95p 교실 뒤 다른 엄마, 아빠들 사이에서 오로지 자신만을 지켜보고 있을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작은 심장도 큰 용기를 내게 한다.
101p 낯선 것을 마주할 때의 두려움, 불편함 등, 부정적인 감정의 벽을 낮춰 다른 세상에 대한 수용력을 높이는 일. 이것이 어린이들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일이며 어른이 자신의 세상에 갇히지 않는 일일 것이다.
108p 어린이는 어른들의 사정을 고려해준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러나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의 '태도'는 어린이 스스로가 존중받고 있는지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112p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그토록 많은 역할놀이 활동이 등장하는 이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대상이 되어 그 입장을 헤아려 보라는 취지일 테다.
112p 상사(이름)처럼 작고 여린 것에 연민을 갖고 공감을 한다면, 그것들에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스스로 차단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안심하며 세상을 살 수 있을까.
114p 동식물과 함께한다는 것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른 생명체의 삶을 돌보아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들의 안부를 들여다보고 걱정과 연민의 마음을 갖는 것이 갓난아기를 대하는 엄마의 마음과 무엇이 다를까
어리고 미숙한 존재를 돌보는 행위가 결국 돌보는 자를 성장시킨다.
119p 무언가 신기했다. 그 색은 멋지고 고요했다. 너무 이상해서 내가 아는 색들과는 전혀 달랐다.
119p 세상의 정해진 색을 넘어 색과 색 사이에도 다른 많은 색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서로 다른 색들이 섞이면 새롭고 신비한 색이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아는 것. 이상한 색도, 멋진 색도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아는것.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139p 가끔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나의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인지 살펴볼 일이다.
157p 아이들이 어른을 걱정하지 않도록 먼저 단단해져야 한다. 겉껍질이 단단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꽃눈은 언제나 그렇듯 제때에 발아하기 마련이다.
177p 아이들은 '매우 근본적인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얼마나 잘 굴러가고 있는지.
182p 영상을 봤어요. 눈도 안보이고 귀가 안들리는 친구가 나왔어요. 그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불편하지 않게 놀면 좋겠어요.
185p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 상대의 단점도 예쁜 법. 반려견의 모든 모습을 매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까닭은 아이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192p 이오덕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어린이가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글로 쓸 때 자신의 삶과 마음을 돌아볼 수 있으며, 아이들 마음의 본바탕인 '정직성'을 키워갈 수 있다고. 어린이는 겉꾸밈을 싫어하고 있는 그대로 살고싶어 하는 존재라고. 그런 어린이의 깨끗한 마음 바탕을 그대로 지켜가도록 하기 위해 무엇보다 솔직한 글쓰기가 필요한 것이다. 정직하고 솔직한 글쓰기는 자신의 삶을 바로 보고, 삶을 다져 건강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기르도록 돕는다.
193p 신비주의를 사양하는 어린이의 문장에서 투명한 어린이의 마음을 읽는다. 어린이의 생각이 솔직하게 일어난 자리. 그곳이 어른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아야 할 곳이다.
203p 아빠와의 추억을 가슴에 품은 아들은 아빠의 빈자리에 오래 연연할 필요가 없다.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 어린이에게는 미지의 세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204p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는다면, 우리에겐 '에라,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서로를 끌어안는 용기가 필요하다.
209p 만들기를 할땐 싫었는데 진짜 이상하게도 그때가 좋은 일로 억으로 남았다. 왜 그런지 이유를 알고 싶어 속이 너~무 답답하다. 고구마 1000개를 먹은 거 같다!
210p 아이들에겐 서로 투닥거리면서 조정하는 과정 모든 것이 배움이다.
223p 세상은 반짝이는 존재들 덕분에 큰 변화를 맞지만, 다정한 존재들 덕분에 고르게 나아간다.
223p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힘이 되는 존재들도 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슬픔을 어찌할지 모를 때 그저 곁에서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
나의 생각
아이의 결과가 아닌 노력을 알아주는 어른을 선생님으로 만난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을까. 아이들의 보이는 1%가 아닌 보이지 않는 99%의 나를 바라봐 주고 응원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1:1로 배정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존재로 마주하고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건, 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들인 정성의 크기만큼이 아닌가 한다. 선생님이 아이들의 글을 정성으로 봐주는 만큼 아이들은 그 안에서 행복과 자부심을 느끼며 더 잘하고 싶은 용기를 낸다.
아이가 꾹꾹 눌러 쓴 한줄은 그 한 획에 담긴 마음 하나 하나를 헤아려주는 어른의 시선만큼만 느낄 수 있다.
단순히 보면 '일상이 다 그렇지 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글을 쓰기까지 아이 마음에 일어났을 많은 푹죽같이 터지는 마음들을 이렇게 읽어줘야 하는 구나 하고 배운다.
타인의 말을 곡해하지 않고, 애정과 질투같은 마음을 솔직히 보여주는, 어린이의 문장처럼 진실한 사람의 용기와 다정함이 좋다.
무섭고 미운 복잡한 아이의 응어리를 녹이는 것은 엄마의 따뜻한 '포옹'이다. 오감으로 느끼는 존재체험만이 우리를 녹이고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지 않고 당연히 해내야 할것을 전제로, 못한다고 면박을 주는 일이 많다. 어른들이 배워 알게 된 것처럼, 친절하게 알려주자.
중산층 가정의 연구를 통해 아이가 어른과 좋은 상호 작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나와있다. 어른들이 조금 만 더 아이들의 세계를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리고 미숙한 존재를 돌보는 행위가 결국 돌보는 자를 성장시킨다.
책속에 담긴 이 말이 육아야 말로 나를 인간으로 성숙시키는 행위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냥 주어진 역할만 잘 해내면 그냥저냥 지낼 수 있는 사회생활과 달리, 육아는 존재와 존재로 마주서지 않으면 절대로 해낼 수 없다.
아이를 키우며 나는 내 인생을 제대로 마주하고 성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아이가 없었다면 생각만으로 멈추거나,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많은 것들이, 이제 사랑으로 가득차고 있다.
내가 할일은 아이의 보석을 찾아 자꾸 이야기 해주고, 연마하도록 독려하기
그 아이만의 단 한사람을 쓰신 권영애선생님께서 알려주는 존재를 안아주는 일을 기억되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꾹꾹 눌러담은 정혜영 선생님의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고,
아이의 일상에서 있던 일들을 공감하며 책을 읽는 동안 아주 천천히 흐른 시간을 계속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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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맨 끝자리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그 자리에 앉아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달이가 전에 겪어보지 않았던 일로 힘겨워질 때면, 바이킹을 타던 이날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사실 두려움 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바이킹 맨 끝자리를 탈 때 배가 간질간질한‘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바이킹은 이내 멈추고, 내려 시선을 돌리면 더 재미있는 놀이기구도 얼마든지 널려 있다는 것을. - P23
지금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맞부딪혔을 때, 도무지 무슨 수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 순간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건너뛸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어 건너뛴 문제는 언젠가 또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내 앞에 나타날 수 있으니, 건너뛸 때는 자신만의 표식을 해두면 좋겠다.
언젠가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때, 다시 차분히,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할 때 발견하기 쉽도록. - P26
공들인 시간의 결과는 어쩌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모습일 수도, 인기나 명성은커녕 또 다른 패배나 실패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들인 사람 본인은 안다. 잔뜩 더러워진 물티슈는 곧 구석구석 닦아내느라 애쓴 노력의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노력의 결과가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은 아닐지라도 모든 작고 기특한 애씀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마음. 명이가 그 마음을 오래 기억했으면 좋겠다. - P35
아이는 최선을 다한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준다. 만족 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도 최선을 다한 자신을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이에게도 관대할 수 있다. 비교를 통해 자신이 이룬 성과를 평가절하하지 않는 사람은 보다 공정한 잣대로 다른 이를 판단할 줄 안다. 그래서 팀에서 최선을 다하여 팀원들에게 열심히 하도록 용기를 준 팀의 MVP를 뽑으라는 말에 지성이를 뽑을 수 있었다. - P48
내가 할 일은 그저 아이들 속에 있는 선한 면을 들여다보고 감응하여 더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 P49
낯선 것을 마주할 때의 두려움, 불편함 등, 부정적인 감정의 벽을 낮춰 다른 세상에 대한 수용력을 높이는 일. 이것이 어린이들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일이며 어른이 자신의 세상에 갇히지 않는 일일 것이다. - P101
세상의 정해진 색을 넘어 색과 색 사이에도 다른 많은 색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서로 다른 색들이 섞이면 새롭고 신비한 색이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아는 것. 이상한 색도, 멋진 색도 조화를 이루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아는것.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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