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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사람 - 부르심을 따라 살았던 사람,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
피터 맘슨 지음, 칸앤메리 옮김 / 바람이불어오는곳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인 조현은『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한겨레출판)에서 미국 브루더호프를 “지상에 만들어가는 천국”이라는 부제로 소개하였다. 사유재산이 없는 시스템 안에서 노동을 가치롭게 여기는 브루더호프의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은 한없이 아름답고 행복해 보인다. 이런 공동체, 브루더호프는 에버하르트 아놀드-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까지 3대에 걸쳐 계승되어 왔다.
<부서진 사람>은 공동체 창시자의 아들인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이하 하이너)의 생애를 손자 피터 맘슨이 기록한 전기이다.「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하이너 “인생의 성장기에 집중해 내용의 상당 부분을 그분이 청장년으로서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채”워졌다(17p). ‘교회 안과 밖 사람들의 신앙 여정을 담은 즐거운 책’을 만드는《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당사의 색깔에 딱 맞는 책을 냈다.
책의 전반부는 브루더호프 창시자 에버하르트 아놀드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이너의 관점에서 그의 아버지 에버하르트가 어떻게 공동체를 세워왔는지를 증언한다. 후반부에는 하이너 자신이 무대 중앙에 선다. 개인의 삶을 그린 전기라고 하지만 그 삶이 공동체와 분리될 수 없었기에 그의 전기는 곧 공동체 이야기의 일부이기도 하다. 줄곧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길,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길 힘써온 에버하르트와 하이너의 일화 속에서 그들이 중요하게 여긴 가치와 공동체의 성격을 엿볼 수 있다.
공동체와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 중에서도 에버하르트가 죽은 후 공동체 지도자로 지목된 한스와 조력자 게오르크의 존재는 하이너에게 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한스는 하이너를 질투하여 타국으로 보내는 등 부당한 처분을 지속적으로 내렸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독단적으로 운영하였다. 그런 그를 하이너는 용서하고 또 용서했다. 그것이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편, 병원운영비 등 공동체에서 재정의 자급자족이 안 될 때는 여러 지역에 사람을 파견하여 후원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런 일화들을 보고 있자면 ‘이렇게까지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공동체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런 환난 중에 있는 공동체를 위해 사람들은 왜 애쓰기를 그치지 않는 것일까?’ 등 여러 의문들이 스친다. 현대 사회의 주류 사고방식으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걷는 그 길의 열매(사람들의 회복과 치유 등)와 공동체를 찾아오고 후원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오히려 그런 의문을 품은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하이너가 아들 크리스토프에게 말한 것은 오늘날 우리 모두가 새길 부분이다. “언제나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셔야 한다. 공동체는 끊임없이 내적으로 갱신되어야 해.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야 한다는 뜻이다.”(524p) 그리고 우리는 브루더호프 창시자인 에버하르트의 말대로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이웃을 위한 삶을 도전해야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론이나 이상적인 목표, 예언자와 지도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겐 형제애와 자매애가 필요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정의와 용서, 일치의 삶이 오늘날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51p) 그렇게 순전히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다보면 타타와 에버하르트의 대화가 우리의 대화가 될 것이다. “바로 그 ‘큰일’ 때문에 처제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렀어. 추운 날씨에 모금을 다니느라 이렇게 병이 위태로워진 거잖아.” 타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랬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하나님 나라에 보탬이 되었다면 그걸로 족해요. 그래봤자 벽돌 하나 얹은 정도일 텐데.” “하나여도 아주 요긴한 하나였을 거야!” “맞아요. 정말 멋진 나날이었어요. 정말 놀라운….”(129p)
그리스도를 위한 삶은 부서진 삶이다. “안전이나 평온과는 거리가 먼 삶”(537p)인 부서진 삶을 사는 자들을 우리는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한다. 나는 부서진 삶을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하는 책, <부서진 사람>을 부서지게 추천한다.
후기. 책 곳곳에 반가운 이름들이 등장한다. “루돌프 불트만”, “선다 싱”, “디트리히 본회퍼”, “프리드리히 프뢰벨”, “도로시 데이”, “마틴 루서 킹 주니어”, “헨리 나우웬” 등 이들이 등장인물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책읽기 방법일테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론이나 이상적인 목표, 예언자와 지도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겐 형제애와 자매애가 필요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정의와 용서, 일치의 삶이 오늘날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 P51
떠난 사람들은 그저 모든 것을 실험으로 보았을 뿐이야. 우리는 소명이라고 생각했던 거고. - P74
감정에 기초해서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떨 때는 바라는 만큼 감정이 따라오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럴 때조차도 계속 가야한다. 네가 받은 소명에 묵묵히 순종하면서 말이다. - P97
우리는 언제나 믿음으로 결정했지, 재정을 살피고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 P110
그리스도와 하나가 되어 꿋꿋이 버티기로 다짐한 개인은 위대합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온 세상에 드러내며 굳세게 서 있는 교회는 더 위대합니다. - P157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산다는 건 정말 위대한 일입니다! 절대 뒷걸음치지 마세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세요. 하나님 나라를 찾으세요. 그 나라는 너무나 강렬해서 여러분을 압도할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고민과 세상의 온갖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고, 사람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를 사랑할 것입니다. 분열과 죄, 고통, 어둠, 죽음은 모두 사라지고 오직 사랑만이 다스릴 것입니다. - P274
…우리에겐 하나님을 해석할 권리가 없어요. 예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 주어라. 더는 죄를 짓지 말아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나눠 주어라. 더는 죄를 짓지 말아라.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여라.’ 이 말씀은 실천하라고 있는 것이지 해석하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 P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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