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용도

아니 에르노

1984books


각각의 사진들은 미적인 기준이 아닌, 우리들의 역사적 순간을 표현한 것이기에 고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디테일이 주조를 이룬다.


A는 암과 투병중이다, M은 A의 죽음과의 싸움을 바라보며 죽음이라는 것을 익혀 나가고 있다. 있는 A를그들의 호흡과도 같이 일상의 생살을 도려낸 듯한 사진을 두고 기록을 확인하듯 서로 對話를 나눈다.

기록에도 순기능, 역기능 이라는 표현이 가능할까?

기록을 하지 말았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사회적 개념으로는 역사라 하고, 사회의 구성원 개인적 개념으로는 기억이라고 한다.

순간의 연속이고, 연속 됨으로서 생명을 얻고

그 연속을 다시 단절함으로서 기억이라는 곳에 감광판을 찍듯 새겨낸다.

내 가슴을 주시하던 그가 갑자기 왼쪽 가슴이냐고 물었다. 나는 당황했다. 종양 때문에 오른쪽이 왼쪽보다 준에 띄게 더 부풀어 있었다. 분명 둘 중에 더 예쁜 가슴이 암 덩어리를 지닌 쪽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해던 게 아닐까.

[p.19]

A는 사랑후에 어질러진 풍경의 상(像)을 항상 보존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진에서 그 방법과 어울리는 역할을 찾았다.

사진을 찍을때 굳이 의미를 염두에 둘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냥,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같은 時間의 플로우를 1/60 혹은 1/125, 1/250초로 쪼개어 그 조각을 가두는 것이다. 작은 프레임 안에 시간이 갇히고, 감동이 갇히고.. 또 事實이 갇히는 것이다.

A는 그렇게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서 오늘의 순간순간을 박제(剝製)하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같은 어제로서 영원한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진 촬영을 계속한다. 어떤 장면도 절대 서로 비슷하지 않기 때무에 무한적으로 계속할 수 있는 행위다. 유일한 한계는 바로 욕망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발견한 광경을 더는 같은 방식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장면을 응시하게 했던 그 고통도 더는 없는 듯하다. 사진을 찍는 것은 더이상 마지막 몸짓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들의 글쓰기 작업의 일부다. 순수한 형태는 사라졌다.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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