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카이브 취향
아를레트 파르주
문학과지성사
저자 아를레트 파르주는 파리에서도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손꼽히는 '아스날 도서관'에서 마주한 '18세기 형사사건 관련자료'로부터 '일반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다양하고도 눈물겨운 노력을 한다. 논리학적으로 보자면 '귀납적' 구상 이었다.
하지만, 그가 택한 논리적 구상은, 귀납의 '전제'로서의 허약한 일반화 능력으로 인해 논리 자체가 '약한 귀납'의 논리적 구조를 띤다.
'약한 귀납'의 논리로서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구조'상의 허약함을 보충, 보완 하다보니 말만 길어지고 정작 뜻하고자 하는바는 산으로 날라가 버린 듯 하다.
독서중의 견출한 부분을 추려보니,
-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인쇄자료는 어떻거나 의미와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형사사건 아카이브의 필사자료는 이렇게 읽히겠다는 의도가 없는 Fresh한 것이다.
- 일상이 옷감이라면 아카이브는 옷감의 해진 구멍이다.
- 형사사건 아카이브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역사의 무대에 올려놓았는지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형사사건 아카이브는 불규칙적으로 요동하는 영역, 정념에 물들어 있고 무질서에 빠져 있는 영역이다.
- 아카이브는 이렇듯 대대적인 사회적 움직임의 크기와 범위를 느끼게 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마치 현미경처럼 역사적 대상들 중에서 아주 작은 것들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 18세기 아카이브를 지금 이용하겠다는 것은 그 부족함을 질문의 형태로 바꿔보겠다는 뜻이다.
- 형사사건 아카이브는 작게 조각나 있는 세계다. 조서만 해도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한 문답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작업자가 아카이브에 귀를 기울일수록 이 사소한 사건들, 이 사소한 조서들이 점점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 아카이브의 주류는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충돌이다.
- 필사자료 목록대장 열람실은 거대한 무덤같다.
- 그렇다면 아카이브에 아맞은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 역사가가 그 무수한 도전의 흔적들, 성공들과 실패들의 의미를 모색할 수 있는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 역사가가 그런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자기가 기록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게 만들 수는 없다 하더라도,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뜻을 담아볼 수는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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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에 이렇게 쓸말이 없기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본 작품을 모방, 가벼운 패러디를 해 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18세기 형사사건 아카이브' 대신 '비에젖은 담배꽁초'를 집어 넣으면 어떨까? 아마도 조금 더 쉽게 풀려나가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