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해냄

 

    인간본성의 이중성을 잔인하다 싶을 정도까지 파헤쳐 버렸다. 무엇이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고민을 해야 한다는 커다란 화두를 던졌다.

    어느 일상의 구석에서 시작된 '백색실명', 유행병처럼 도시로 번져나간 눈먼자들을 격리시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격리공간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사람들,

    인간성을 상실해 나가는 것이지? 아니면 그동안 잊고살았던 '본성' 회복해 나가는것인지 도무지 순서가 꼬여버린다.

 

    어쩌면 눈먼 사람들의 세상에서만 모든 것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p.182]

    그래도 영혼이 남아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게 바로 눈일 거야, 그런데 눈을 잃은 사람들이니.

    [p.192]

 

    평소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들을 겪고 혹은 저지르고 뛰쳐 나온 거리, 실명한 도시는 그야말로 본성을 덮고있던 '' 벗겨버린듯 인성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치부를 가늠하고 인간임을 자부하게 만들었던 '' 그렇게 얇고 약할줄은.

 

    다분히 사회참여적 작품이다.

    누군가에게, 아마도 포르투갈 국민들에게 에지간히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벌겋게 드러나 속살을 어찌해야 할지는 독자 개인들에게 맡겨질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 알고 싶어."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p.463]

 

    인사동 좁은 골목어귀의 어떤 작은 카페에서 아말리아 로드리게스가 들려주는 파두와 마우지샹을 감상했던 몇년전 겨울의 초입이 떠오른다.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끝, 포르투갈 뱃사람들의 숙명을 흐느끼는 노래, 빈자(貧者)들의 흥얼거림이 다시 듣고 싶어지는 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