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소담출판사/ 436쪽

"끊임없이 속삭이는 내 안의 또다른 수잔"

1.

사건이 있은후 삼개월이 지난 법정에서 최초 목격자에 대한 심문이 진행되고 있었다.

포트워스 북서쪽 약25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한 유랄 러셀 보이드의 땅 제일 끝 모퉁이에 고속도로에서 800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 그의 개 할리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죽은 소녀 둘, 그리고 죽은듯 보이는 숨이 붙어있는 한 소녀, 테렐이었다.

2.

처음 재판직후 10월에 수잔이 느닷없이 피었다. 한데 땅을 건드린 흔적이 있었다. 나는 낡은 부엌 숟가락으로 정신없이 수잔 뿌리를 파냈다.

그날 흙을 파다가 숟가락 끝에 놀라운 물건이 하나 더 걸렸다. 단단한 오렌지색 플라스틱, 오래된 약병이었다. 라벨은 뜯겨나가 있었다. 아이들이 열지 못하도록 한 뚜껑이었다.

오 수잔, 사랑하는 수잔

나의 맹세는 영원하리

흐르는 네 눈물은 내 키스로 닦으리

다시는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입을 열면,

리디아도

수잔으로 만들 수밖에.

[p.64-65]



이웃에 살던 친구 리디아가 17년전 그러니깐 사건이 있은후 일년남짓, 어느날 소리도 없이 떠났다. 그녀는 테사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리고 그녀가 수잔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마당에서 파낸 오렌지색 약병속에 있던 메모에 등장한다. 이 메모는 18년전의 그 범인이 보낸 것일까? 그렇다면 지금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범인은 누구인가.

다시 현재, 18년이 흐른지금, 범인에 대한 확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재심을 시도하는 법과학자 '조애나'의 주도로 다시 발굴작업이 다시 이루어지고 세개의 오른쪽 대퇴골을 찾아낸다. 그때까지 알려진바로는 추가 두명의 피해자가 있다고 알려졌었는데 세명이었던 것이다. 테사를 제외한 피해자가.

집에 침입자가 있은후 찰리는 아프가니스탄에 장교로 복무중인 제 아빠 루카스에게 스카입으로 침입자 이야기를 했고, 걱정이 된 루카스는 당장 미국으로 날라왔다. 집에서 지내는 중이다.

루카스가 건넨 작은 종이상자, 우편으로 도착한 책한권이었다. 책표지에는 반은 유령, 반은 소녀인 그림이 있었다. '아름다운 유령', 로즈 마일렛.

리디아가 아닐 수가 없었다. 꽃을 보내고, 내게 읽으라고 책을 주문해 주고.

아직 살아 있었구나. 아직 악의 냄새를 맡고 있었구나.

[p.346]

3.

테렐 굿윈의 사형집행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사형집행을 19일 남긴날, 테사는 테렐을 처음으로 만난다. 변호사 윌에게 부탁하여 그를 면회한 것이다.

입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유리가 사이를 가로막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신중하게 입 모양을 만들면서 두 번째로 되풀이했다.

"당신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요."

[p.322]

4.

"당신이 소녀들을 죽였어요?"

"무슨 소녀?"

"정말 딸이 있었나요?"

"아니."

"가족은? 친구는?"

"그런 건 필요없어. 안그래?"

….

이제 총은 그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피는 그의 어깨에서 흘러내렸다.

다시 겨냥했다.

"잠깐….. 우린 같은 사람들이야."

[p.416]

지금까지 경찰은 첨단 장비로 텍소마 호수 밑바닥을 세 번이나 훑었으나 괴물의 유골은 나오지 않았다.

혹시?

그(그녀)의 주머니엔 아직도 씨앗이 가득차 있는것이 아닐까?



추리소설의 냄새를 무지막지하게 풍기지 않아서 좋았다. 추리물에 당연스럽게 따라다니던 클래식 몇악장이나 메르세데스 1968년식 8기통, 카티샥같은 알쏭달쏭한 양주이름도 없어서 더욱 편하였으며 작가의 문학적 센스가 돋보이고 옮긴이의 내공도 만만 찮은듯 하다. 더욱이 막판에 떠들썩하고 촌스럽게 뒤집어지는 요란스럽고 촌스러운 반전이 없어서 더욱 마음에 든다. 행복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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